교도소 대강당 안은 수의를 입은 13∼24세 청소년과 청년 죄수 1200명으로 가득했다. 무더운 여름인 데다 잘 씻지 않은 죄수들의 몸에서 나는 땀 냄새가 진동해 코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싸고 40여명의 교도관들이 장총을 들고 서 있었다. 혹시 한꺼번에 폭동이라도 일으키면 즉시 총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교도소장이 나를 소개하고 내가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강단에 올라섰지만 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재소자는 10%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옆사람과 떠들거나 눈을 감고 자거나 온통 따로 놀았다. 크지 않은 강당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그 소음들이 얼마나 큰지 “내가 못 올 곳에 왔다”는 생각뿐이었다. 시장통 같은 분위기를 잡을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난 먼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원생들을 쳐다보며 마음으로 “하나님, 지혜를 주세요”라고 기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성령께서 내게 “저들을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게 해 분위기를 잡으라”고 가르쳐주셨다. 하기야 한창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뛰놀아야 할 친구들이 악한 죄를 연속 지어 이렇게 붙잡혀 있으니 마음의 불만이 대단할 것 같았다.
“여러분. 이렇게 모였으니 소리나 한번 질러봅시다. 제가 큰 소리로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면 여러분도 한번 따라 해보세요.”
그러나 처음엔 아무도 따라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하고 또 하고 끝없이 내가 선창을 하다 보니 이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응어리진 것들을 토해내듯 강당이 떠나갈 것처럼 큰 소리가 나왔다. 소리가 커질수록 이들의 표정도 상기되며 말씀의 은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 같았다.
난 한센병을 가진 나아만 장군 이야기를 설교 주제로 삼았다. 인간은 누구나 죄인인데 아무리 중한 죄를 지어도 회개하고 예수를 영접하면 주 안에서 새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원론적인 기독교 영접 설교였다. 그래서 자기가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고 했더니 무려 30%가 넘는 400여명이 걸어 나왔다. 분위기가 완전 반전되었고 하나님의 큰 은혜가 강당 안을 가득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둘기 한 마리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강당 안에서 나갈 곳을 못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난 “하나님께서 너무 좋으셔서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를 이곳에 보내주신 것 같다”며 “이번 부흥회 기간 동안 하나님을 뜨겁게 만나 거듭나자”고 거듭 강조했다.
내가 간증할 사람이 있으면 나오라고 했더니 재소자 한 사람이 울먹이며 강대상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주머니에서 갈아서 만든 작은 쇠칼을 들어 보인 뒤 이를 강대상에 올려놓았다.
“전 이 칼로 저를 괴롭히는 간수를 찔러 죽인 뒤 자살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목사님 설교를 듣고 예수를 만나고 제가 죄인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를 만나주신 예수님 감사합니다.”
3일간의 부흥회가 은혜롭게 잘 끝났다. 이후 K소장님이 반갑게 나를 찾아 오셨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그 많던 교도소 사건 사고가 이제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업하다가 누가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면 모두들 이를 따라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살기와 분노에 찬 얼굴들이 예수를 믿게 되면서 많이 변했다고도 했다. 난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이날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시고 성령으로 인도해 주셔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성령이 아니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니 모든 것은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후 나는 이곳에 정기적으로 초청 받아 부흥회를 인도했다. 악한 죄를 지은 그들이지만 하나님의 강한 성령의 역사는 더 강하게 그들에게 임하는 것을 언제나 느낄 수 있었다.
정리=김무정 기자 kmj@kmib.co.kr
[역경의 열매] 이용원 (7) 살벌한 교도소 부흥회… 400여명 회개의 기적이
입력 2014-11-13 02:12 수정 2014-11-13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