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석헌] KB금융의 과제

입력 2014-11-12 02:20

KB금융 사태가 윤종규 회장 내정자 선임을 계기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4월 한 이메일이 도화선이 되어 불거진 이번 사태는 반년 넘게 금융권을 달구면서 KB금융은 물론 한국금융 전체에 대한 신뢰를 손상했고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그런 만큼 이로부터 교훈을 구하고 또 이를 한국금융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은행 및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양식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첫째, 관치 내지 정치금융은 전문성 약화와 더불어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을 두는 도덕적 해이를 창출한다. 이번 사태에서도 낙하산 경영진은 개인적 이해를 그룹과 은행가치 및 경영합리화에 우선시함으로써 피해를 초래했다. 둘째,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로 대변되는 은산 결합은 한국경제의 높은 재벌의존도 및 무역의존도를 더욱 높여 시스템리스크를 확대하는 문제가 있고 그간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이 자본시장 발달에 기여했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제3안으로 주주로부터 수권 받은 독립적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대안을 고려하게 된다. 다만 금융회사가 주주로부터 수권 받는 방법이 쉽지 않은 가운데 그 틈을 관치가 파고들었던 것이 그간 KB금융 지배구조의 현실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KB금융 이사회가 회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 영향을 배제하고 독립적인 시각에서 회장 후보자를 선임한 것은 제3안의 약점 보완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이를 기반으로 향후 지배구조 체제의 지속적인 보완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모처럼 확보한 지배구조 대안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어 안타깝다. KB금융 사외이사 책임론은 사추위가 구성되기 전 거론되다가 선임 절차가 진행되면서 수그러들었고, 회장 후보 선임 이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언론이 괘씸죄를 거론하기도 하고 심지어 사외이사 사퇴를 LIG 보험 인수의 전제조건으로 연결시키는 등 여러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노조까지 쉽지 않은 요구사항을 들고 나오면서 회장 선임 후 수일간 급등세를 보였던 KB금융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KB금융 이사회의 공과를 따질 때 전임 회장과 행장 간 마찰이 외부로 드러나기 전까지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은 수용할 수 있다. 좀 더 일찍 적극적으로 중재했더라면 이번 같은 최악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이 낙하산 투쟁 등 딴 데 있었고, 분란 발생의 직접 당사자도 아니었으며, 게다가 금융 당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마당에 KB금융 이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사후적으로는 감독 당국이 고무줄 제재로 문제를 악화시킨 반면 사추위의 회장 후보 선임과정은 문제의 수습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조 면담, 국민연금과의 간담회, 소액주주 측과 소통 시도 등 절차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다. 먼저 6인의 사외이사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는데, 이 중 이경재 의장 등 2인은 연속 5년 재임으로 더 이상 재임이 불가능하다. 나머지 4인은 연임 가능한데, 물론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윤 회장 내정자가 사외이사들과 더불어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을 찾아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사외이사들의 관심이 독립적 이사진 구성에 있고 또 무엇보다 KB금융 그룹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이기 때문이다. 내후년 임기가 종료되는 3인은 임기까지 기다려 주는 게 순리일 것이다. 이런 일정 아래 외부 간섭 없이 후임 이사진을 구성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모색하는 일이 작금의 과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