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피아 천문대에서는 새벽이라도 구름이 걷히면 아르바이트생이 우리를 부른다. 그러면 우리는 달려가 별을 본다. 운이 좋다면 지구로 내려오는 별을 만나기도 한다. 2009년 11월 어느 날, 천문대 대장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 쇼가 벌어질 테니 어서 천문대로!’
그는 8년 전 인터뷰로 알게 된 분이다. 중년의 나이에 회사를 관두고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며 가평에 천문대를 열었다. 별 보며 이야기할 때가 가장 즐겁다 하면 사람들은 그에게 비현실적인 소리를 한다며 나무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선택했다. 지금은 그 일을 즐겁게 들어주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천문대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에, 간간이 술잔이 돌아가던 중에, 급하게 화장실을 가던 중에 우리는 별을 봤다. 대장님은 언제라도 별이 보고 싶으면 친구와 함께 오라 했다. 그 약속이 지금까지 이어져 나는 특별한 별 쇼가 벌어질 때면 천문대에 갔다.
그날은 사자자리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전갈이 있었다. 평일이지만 별을 취재하겠다는 기획서를 내고 천문대로 갔다. 해가 지고 우리는 마당에 자리를 깔았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어묵국을 끓여주었다. 옷이 점점 두꺼워졌다. 에스키모인처럼 무장을 하는 사이 자정이 넘었고 손과 발이 꽁꽁 얼었다. 모닥불을 피웠다. 불꽃이 하늘로 올라갔지만 땅으로 떨어지는 별은, 없었다. 새벽 두세 시. 하나 둘 지쳐서 잠자리로 돌아가고 나도 그만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대장님이 다 잠든 사이에 별이 쏟아졌다 했다. 누군가는 10분만 더 기다렸다면 평생 기억될 장면 하나를 놓쳤다며 후회했다. 하지만 모두 표정은 밝았다. 오들오들 떨면서도 함께한 마음으로 별을 기다리던 순간이 즐거웠기 때문이리라. 코스모피아 천문대는 올해 문을 닫았다. 운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초등학생 때 처음 그곳에 왔던 아이가 청년이 되어 자기 아이를 데려오기까지, 천문대는 오랜 시간 버텼다.
앞으로도 나는 추위와 잠 때문에 별똥별 쇼를 놓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오기를 기다리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곽효정(매거진 '오늘' 편집장)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당신이 잠든 사이에
입력 2014-11-12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