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가계경제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저가 전자제품의 인기가 더욱 올라가고 양허 대상에 포함된 농수산물은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일이 많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협정에서 한·칠레 FTA의 와인, 한·미 FTA의 자동차처럼 소비생활에 직결되는 상징적 품목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산 저가 전자제품 인기 높아질 듯=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인 A씨는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한국 내 고가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최근 중국 샤오미의 대형 TV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성능인데도 삼성전자 등 국내 제품보다 반절 정도 가격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직구’(해외 직접구매)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포기했다. 품도 많이 들 뿐 아니라 관세를 16%나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몇 년 내에 관세 없이 대형 TV를 직구해올 수 있을 전망이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전자제품에 붙는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저가 전략을 펼쳐 세계 전자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던 샤오미 같은 기업들의 한국 진출도 더욱 빨라져 한국 소비자 인기도 커질 전망이다. 반면 한국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FTA 덕에 인기를 얻는 중국산 전자제품 품목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협정(ITA) 덕에 한국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은 이미 한국과 중국 사이에 관세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0일 “전자제품은 양허 대상에 포함될 공산이 크지만 구체적인 양허 품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소비자의 중국 제품 직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한·중 FTA 타결안에는 FTA 최초로 전자상거래를 독립 챕터로 설치했다. 전자 인증·서명, 개인정보보호, 종이 없는 무역 등을 비강행 규정으로 반영했다. 정부는 직구 등 전자상거래 촉진 기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농수산물 영향은 제한적=한·미 FTA와 한·EU FTA 당시 국민의 소비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부분은 농축수산물이었다. 대표적으로 유럽산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갔고 낙농품, 과일, 넙치, 골뱅이 등 유럽산 먹을거리가 몰려왔다.
이번에는 농수산물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만 양허 대상에 포함됐다. 역대 FTA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쇠고기 등 민감 품목은 제외됐다. 때문에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중국산 농수산물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김치가 양허 대상에 포함돼 우리 국민들의 식탁에 중국산 김치가 더 빈번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김치 관세를 현행 20%에서 2% 포인트 이내에서 부분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대한김치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는 연간 20만t 이상이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고속도로휴게소는 95% 이상, 일반식당과 대량급식소는 90%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쓰고 있다. 한·중 FTA 발효 이후 이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쇠고기 중 육우와 젖소는 한·중 FTA가 발효되고 난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라면은 발효 5년 뒤 관세가 철폐된다. 수산물의 경우에 중국 수입 품목 1위인 조기와 3위인 갈치가 양허 품목에서 제외돼 지금과 비교해 수산물 수입 가격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낙지, 바지락, 아귀 등은 관세가 점차 폐지되는 품목에 포함됐다. 이들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도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한-중 FTA 타결] 中 저가 전자제품 진출 봇물… 인터넷 ‘직구’ 크게 늘어난다
입력 2014-11-11 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