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계약직 기간 만료 이유로 해고 못한다”… 정규직 전환 싸고 파장 클 듯

입력 2014-11-11 03:02

장모씨는 2010년 10월 26일 함께일하는재단과 2년 기간의 근로계약을 맺었다. 함께일하는재단은 실업자의 사회적 일자리를 지원하는 공익재단법인이다. 장씨는 재단에서 사회적 기업 설립지원팀장 등 관리직으로 근무했다.

재단은 앞서 기간제 근로자 4명 중 스스로 퇴사한 1명을 빼고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장씨가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란 기대를 가질 만했다. 하지만 재단 측은 장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계약을 종료했다. 2년 동안 114회 지각했다는 게 이유였다. 평균을 내면 지각 시간은 매회 7분 정도였다. 장씨의 인사평가에서 근태는 전체 평가 항목 중 10%를 차지했다.

장씨는 “재단 측의 계약 종료는 부당하니 구제해 달라”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했다. 중노위는 장씨 손을 들어줬지만, 이어 재단 측이 낸 행정소송의 1심은 중노위 판단을 뒤집었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재단 측의 계약 종료는 부당했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쟁점은 장씨에게 계약 갱신을 기대할 만한 권리(갱신기대권)가 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2007년 7월 1일 기간제법 시행 이후 체결된 근로계약의 경우 갱신기대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해 왔다. 이 때문에 2010년 계약한 장씨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많았다. 1심도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재단 측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2심은 “기간제법은 기간제 계약의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장씨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장씨 빼고 다른 근로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 장씨가 사실상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업무를 한 점 등이 고려됐다. 근태 불량도 해고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법원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현행 기간제법은 사업주가 2년 계약을 맺은 근로자의 계약을 갱신할 경우 사실상 정규직 등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정작 사업주들이 2년이 지나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간제법 시행 이후 기간제 근로자 10명 중 4명(38.7%)은 계약 종료 후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일자리를 옮겼다.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2년 계약 종료 후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관수 노무사는 “계약직 기간제 근로자들이 부당한 계약 종료와 관련해 다툴 수 있는 범위를 넓게 해석한 것으로 환영할 만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