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거대 경제권과의 추가 FTA를 마무리지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방 폭과 관련해선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농수산물 등 상호 민감한 품목을 제외하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농수산물 분야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는 중국산 공산품에 대해서는 국내 업계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이면서 우리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인 중국과 FTA를 체결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한·중 FTA 타결은 그 자체로 장기적인 국익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중국과 경제적 결속을 강화하면서 불안한 동북아 정세의 정치적 안정성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표민찬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도 “국가 간 무역을 보면 같은 지역 내 무역량이 많은데, 그런 점에서 서로 이웃한 양국의 FTA 체결은 이전 한·미 FTA 등 다른 FTA에 비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거들었다.
30개월 넘게 진행된 협상을 통한 ‘학습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향후 양국 간 FTA나 다자 간 협상에서도 이번 경험이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집단과 협상을 진행했던 경험이 향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같은 거대 경제체와의 협상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방 폭과 관련해선 양측이 상호 민감한 품목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고 보는 의견과 아쉽다는 의견이 갈렸다. 천 연구원은 “우리가 체결한 다른 FTA와 비교하면 품목 수 기준 90% 이상, 수입액 기준 85% 이상이라는 개방 수준은 다소 낮은 감이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 생각하면 다른 나라와 이런 정도의 포괄적 협상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도 “중국이 이제까지 FTA를 체결한 나라 중 제대로 된 경제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라며 “전자상거래까지 개방했는데, 중국 입장에선 가장 많이 개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최 교수는 “농수산물, 공산품에서 민감 품목의 범위 설정을 놓고 이견을 보이다 문제가 되는 품목은 제외했다”며 “높은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됐을 경우 피해가 있지만 이득을 더 볼 수도 있는데 이를 못 살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중 FTA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산업계 내부의 경쟁력 향상이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재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공산품 분야에서 우위고 중국이 농수산물 분야에서 우위라는 게 여전히 맞는 공식일 수 있지만 중국은 공산품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거나 따라잡은 분야도 많다”며 “중국경제가 매우 빨리 변하는 상황에서 득실 공식 자체가 유럽이나 미국 같은 안정화된 나라와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천 연구원도 “우리의 경우 기존에는 가공무역 중심으로 진행했던 측면이 있는데 관세까지 철폐하면 경쟁력이 없어지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정부 지원도 필요하지만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수산물 분야와 관련, 쌀이 제외되는 등 보수적으로 협상에 임했지만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농어민에 대한 지원책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수산물 분야에서는 우리가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직접적으로 타격받을 수 있고, 향후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도 추가 개방될 수 있는 만큼 농가소득 안전망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서비스·투자 분야 역시 성실한 이행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 교수는 “우리와 달리 중국은 한번도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중간 수준을 이행해본 경험도 없다”며 “중국이 협의 내용을 어떻게 충실히 이행할지가 큰 과제”라고 말했다.
김현길 유성열 기자 hgkim@kmib.co.kr
“中 거대 경제권과 결속 강화… 공산품의 역습 경계해야”
입력 2014-11-11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