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무상 시리즈 논쟁’이 이번에는 ‘이분법’ 찬반론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여당은 ‘누리과정=법적 의무사항 대 무상급식=지방교육청 재량사항’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야당은 “이분법은 파국”이라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증세를 통한 해결책’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10일 무상복지 정책이 국가 재정에 비해 과도하게 추진된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이들 복지 현안이 어른들의 논쟁으로 무척 혼란스럽게 가고 있다”며 “각종 선거 때 야기된 ‘무상 시리즈’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또 “우선 우리부터라도 솔직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전략의 핵심은 누리과정(취학 전 아동 보육료 지원·무상보육)이 무상급식보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앞서 있다는 것이다. 복지재정에 과부하가 걸린 근본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법적으로 강제된 무상보육 때문이 아니라 야당이 무분별하게 추진했던 무상급식 때문이라는 논리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누리과정은 2012년 여야 합의로 법령 개정을 통해 추진된 법적 의무사항인 반면 무상급식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재량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체적인 예산 집행 우선순위나 사용 방법을 다시 점검해봐야 될 상황”이라며 “누리과정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자의적으로 하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전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언급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무상보육 대 무상급식’이라는 프레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했다. 무상급식은 이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착된 만큼 후순위로 밀리거나 무상보육과 맞바꿀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극단적 이분법으로 마냥 끌고 가면 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또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헌법 제31조 3항에 따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미 (무상)보육보다도 먼저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 심의가 완료되기 이전에 급식과 보육 예산 모두가 적정 수준까지 반영되도록 여야가 ‘부자감세’ 철회 등 증세에 합의해야 한다”며 “합의가 어렵다면 증세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정세균 비대위원은 “만약 대통령 스스로 ‘공약한 바 없기 때문에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무상교육·급식버스 잘 달리는데 무상보육버스를 등장시켜 충돌시킬 필요가 없다”고 가세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세에 대해 “예민한 문제라 뭐라고 즉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증세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비슷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與 “무상보육=의무, 무상급식=재량” vs 野 “이분법은 파국… 증세로 풀어야”
입력 2014-11-11 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