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수입차를 잡겠다’며 내놓은 전륜구동 준대형 아슬란이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현대차가 아슬란의 경쟁 모델로 지목한 수입차는 렉서스 ES350, 아우디 A6 35, 벤츠 E200 등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은 “글쎄…”라며 말을 흐리는 중이다. 아슬란이 수입차에 빼앗긴 중·대형 자동차 시장을 찾아올 수 있을까.
제원만을 비교하면 아슬란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에 있다. 아슬란 3.0이 3990만원, 3.3이 4190만∼4590만원이다. 3000만원대 그랜저와 5000만원대 제네시스 사이에 전략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렉서스 ES350이 5150만∼6370만원, 아우디 A6 35이 5910만∼632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1000만원 정도가 싸다. 실내 공간 크기를 좌우하는 축간거리는 수입차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연비는 수입 디젤차에 비해 떨어진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아우디 A6 35의 공식 연비가 15.9 ㎞/L인 점을 고려하면 아슬란의 연비 9.5㎞/L는 부족해 보인다.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의 기본적인 연비 차이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같은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렉서스 ES350의 10.2 ㎞/L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최대출력과 최대토크에서 수입차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아슬란을 타본 사람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아슬란의 강점은 정숙성과 대형 세단에 준하는 다양한 편의 사양이다. 고속 주행과 시속 100㎞ 이내 주행에서 디젤 수입차들에 비해 소음이 적었다. 현대차가 최근 주요 자동차 블로거들이나 동호회 회원 90여명을 상대로 진행한 시승 평가 결과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아슬란은 정숙성과 승차감, 핸들링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 시동이 꺼진 줄 알고 시동을 다시 켰다”는 호평까지 나왔다고 한다. 다만 코너링 등에서는 다소 낮은 평가가 나왔다. 쏘나타와 그랜저, K7, 제네시스 등을 종합한 듯한 디자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편의 사양은 그랜저보다 고급스럽다. 운전석 앞 유리에 주행 속도 및 방향을 안내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차선을 벗어나면 소리를 내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 전방 감지 카메라 신호를 이용해 차선 및 선행 차량을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FCWS),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 졸음운전을 에방하는 스마트 공조 시스템, 자동으로 차량 앞유리 김서림을 제거하는 상시 오토 디포트 시스템 등도 적용돼 있다. 수입차를 타기에는 부담스러운 기업 임원들과 개인사업자를 타깃으로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관계자는 11일 “아슬란의 주 타깃 고객인 40∼50대 고객을 대상으로 시승 기회를 늘려 수입 후륜구동 세단과는 차별화된 장점을 어필 하겠다”고 말했다.
아슬란의 경쟁차로 지목된 렉서스 ES 모델이 월 300∼400대 팔리고, 수입차의 베스트셀러카인 BMW 520d 모델이 월 800대 정도 팔리고 있다. 아슬란은 11일 현재 3000여대가 계약돼 판매는 순조롭다는 게 현대차의 내부 평가다. 아슬란이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가 실패한 마르샤나 다이너스티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 모델 시장을 창출하면서 수입차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지는 앞으로 한두 달 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아슬란, 렉서스·아우디 게 섰거라
입력 2014-11-12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