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등불’ 켜졌다… ‘병명 없는’ 채원이 돕기

입력 2014-11-11 03:40

병명조차 없는 희귀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국악소녀 박채원(15)양. 그럼에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연이 지난 7일 국민일보에 보도된 뒤 채원이를 돕겠다는 사랑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병명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시민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대한적십자사는 보도 직후 채원이 진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10일 “엄청난 진료비 부담은 채원이네 가족을 해체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11일 채원이 엄마 유정애씨를 만나 구체적 상황을 확인한 뒤 지원에 필요한 서류작업 등을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는 네티즌들이 모금운동에 나섰다. 7일 오후 다음의 모금 페이지 ‘희망해’에는 ‘희귀병에 걸린 채원이를 도와주고 싶어요’란 제목의 모금 제안이 올라왔다. 500명이 서명에 동참하면 모금 절차가 진행되는데, 7일 낮 12시30분 시작된 서명은 오후 9시쯤 500명을 넘어섰고 10일 오후 4시 현재 2100명이 동참했다.

모금운동을 제안한 구은혜(33·여·경기도 안산)씨는 “채원이네와 아무 상관도 없지만 기사를 읽고 너무 먹먹해져서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는 마음에 사연을 올렸다”며 “많은 분이 동참하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은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희망해’ 모금은 목표 금액을 설정해 네티즌이 기부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다른 후원 상황을 감안해 모금이 진행된다.

채원이가 재학 중인 국립국악중학교에도 지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김근섭 교감은 “채원이 사연이 보도된 뒤 학교로 일반인들의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며 “국악고 재학생은 물론 총동창회에서도 채원이 돕기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선 희귀병 환자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와 관련 법안을 방관하는 국회를 향한 성토의 댓글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병명이 없다는 게 희귀병 아닌가요? 이런 사람을 지원하는 게 복지 아닙니까? 국회의원, 그리고 높으신 공무원들. 내 세금은 이런 분들 위해 써주세요”라고 적었다.

채원이 엄마 유씨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다 잠이 들었는데 너무 행복한 꿈을 꿨다. 채원이가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깨어난 꿈이었다. 꿈이 아니길 바랐는데 배변주머니를 갈아줘야 하는 알람 소리에 깼다. 희망과 격려를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병명이 없다고 의료 혜택에서 소외되는 불합리한 상황을 알리고 싶어 취재에 응했는데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