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빗장 열렸다 (1)] ‘저성장의 늪’ 탈출… 한국경제 돌파구 기대

입력 2014-11-11 03:21 수정 2014-11-11 15:31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저성장의 고착화다. 정부가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해도 그때만 반짝일 뿐이고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기진맥진해진 우리 경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가 타결 당시 기대만큼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영토 실질적 세계 1위=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9조2403억 달러로 미국(16조8000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5596억 달러)의 26%(1458억 달러), 수입액(5156억 달러)의 16%(830억 달러)가 중국 몫이었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군인 공산품 관세 장벽이 낮아지면서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 전망은 밝다. 중국의 수입관세율은 평균 9.7%로 미국(3.5%)이나 EU(5.6%)보다 높아 우리 기업에 큰 부담이었는데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는 10일 공식적으로 한·중 FTA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2012년 5월 협상이 시작될 당시 한·중 FTA 발효 5년 후에 0.95∼1.25%, 10년 후에는 2.28∼3.04%의 실질GDP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도 10일 보고서에서 5년 후 0.92∼1.25%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에 체결한 한·미 FTA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의 FTA지만 우리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던 각종 규제나 인증 절차 등을 포함한 비관세 장벽이 낮아진 것은 보이지 않는 수확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도 기대된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투자액은 902억 달러로 그중 한국에 대한 투자가 4억8000만 달러(0.53%)에 불과했다. 정부는 부품 소재 및 의료·바이오, 문화 콘텐츠, 패션·화장품, 식품 등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한류 효과를 활용한 중국의 전략적 투자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EU에 이어 중국과의 FTA 타결로 경제대국과의 무역 균형추를 이뤘다는 의미도 크다. 이번 FTA 체결에 따른 경제영토 확보율은 73.2%로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우리보다 앞선 칠레(85.1%)와 페루(78.0%)의 무역량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1위로 볼 수 있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정부는 2007년 4월 한·미 FTA 협상 타결 직후 7∼10년 내에 실질GDP는 7.2% 증가하고, 51만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연간 지출이 120만원 줄어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제시했다. 그러나 한·미 FTA로 인한 가계경제 소득 효과는 입증되지 않고 있다. FTA는 기본적으로 양국 모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한 것이다.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 결과를 도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의 기술혁신 속도를 감안하면 전자제품 등 우리가 기술적 우위를 점한 품목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공세가 점차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모든 FTA에는 리스크가 따른다”면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 아직 구체적인 타결안이 나오지 않은 분야가 어떻게 최종 조율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