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는 마약? 기호품?… 美 합법화 논란 확산

입력 2014-11-11 03:54

미국 미성년자들은 술보다 마리화나(대마초)를 구하기가 더 쉽다는 말이 있다. 대학가에서도 마리화나는 드러내지 않을 뿐 대중화돼 있어 ‘본격 마약’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8%가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미국에서 ‘기호품’ 마리화나를 허용하자는 논의는 확산돼 왔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오리건과 알래스카주는 마리화나 소유와 판매를, 워싱턴DC는 개인적 사용과 재배를 허용키로 했다. 2012년 마리화나를 기호품으로 인정한 콜로라도와 워싱턴주에 이어 또다시 주민투표가 통과되면서 미국 내 합법화 움직임은 더욱 탄력받게 됐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선거가 끝나자 각 주의 마리화나 관련법 현황과 마리화나 흡연 경험, 가정 재배 비율 등을 분석해 공개했다. 인용된 미국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청(SAMHSA)의 2013년 국립마약사용 보건조사(NSDUH) 결과 12세 이상 미국인 중 2460만명이 최근 불법 약물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중 대다수는 마리화나를 흡연한 경우로 전체 인구의 약 7.5%인 1980만명에 달한다.

또 2000년 이후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마리화나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 경험 비율이 가장 낮은 유타주가 38%, 가장 높은 버몬트주가 67.1%로 조사된 가운데 대다수의 주가 50% 전후였다. 특히 18세부터 25세 연령층의 33%는 최근 한 달 이내에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답해 젊은층일수록 개방적인 추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정부는 마리화나의 재배·판매·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주 정부에 사실상 자율을 허락하고 있다. 국민 상당수가 더 이상 마리화나를 피우는 행위를 무거운 범죄나 비도덕적 행위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내 24개 주에서는 이미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을 승인했으며 콜로라도주는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쾌락 목적의 합법적 판매를 시작했다.

마리화나의 중독성과 의존성이 담배나 술보다 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두고 찬반 격론이 치열하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벌써부터 월가 등 금융권에서는 마리화나 판매가 허용될 경우 관련 산업 연매출이 210억 달러(2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