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 이스라엘인의 분노… ‘청년 총격사망’ 격렬 항의

입력 2014-11-11 02:00
이스라엘 경찰이 아랍계 청년을 사살한 데 반발한 아랍계 주민의 시위가 이스라엘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이 벌어진 이스라엘 북부 크파르 카나에서는 전날에 이어 항의 시위가 이어지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2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대는 타이어에 불을 붙여 거리를 막고 돌과 폭죽을 동원한 과격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일부는 팔레스타인기를 흔들기도 했다. 아랍계 거주지역인 이곳에선 상점, 기업들도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뜻에서 하루 동안 파업에 들어갔다. 아랍계 공무원들도 파업을 벌였다.

크파르 카나뿐 아니라 예루살렘과 북부 아랍계 거주지 움알팜,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 남부 비르셰바 등에서도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아랍계의 시위가 벌어졌다.

예루살렘-텔아비브 고속도로 인근에선 버스에 돌팔매질을 하는가 하면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계 거주지 슈아파트에선 화염병도 등장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이스라엘 전역의 경비태세 수준을 올해 가자지구 교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크파르 카나에선 8일 새벽 이스라엘 경찰이 22세 아랍계 이스라엘인 청년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 청년이 자신의 친척이 체포되려 하자 경찰 승합차 유리를 칼로 깨려 했고,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칼로 경찰관을 위협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CCTV 화면엔 경찰이 승합차에서 내리자 청년이 물러서며 도망가려 했고 그 순간 경찰이 총을 쏘는 장면이 찍혔다. 이에 사건 당일 현지 아랍계 주민 5000여명이 모여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