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 정유화학·항공 ‘웃음’ 철강·섬유 ‘울상’

입력 2014-11-11 03:41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따라 국내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화학과 자동차부품, 소형가전, 항공업계 등은 기대감이 높았다. 반면 섬유·철강업계 등은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국내 수출 주도업종인 자동차와 전자업계는 큰 영향이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과 경쟁하는 중국의 주요 업종들이 대부분 저가를 무기로 한국과의 기술 격차까지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업종 간 희비는 몇 년 사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자동차와 전자업계는 영향 미미=자동차가 한·중 FTA 양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FTA 타결로 인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대·기아차의 현지 생산도 정착·확산되는 단계라서 관세가 큰 의미는 없는 단계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지난해 현지 생산·판매를 통해 157만여대를 팔았고, 올해는 17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4만8000여대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10일 “우리 업체들은 지금처럼 당분간 현지화 전략 위주로 중국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1990년대부터 중국에 현지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공급해 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을 중국에서 직접 생산하고, LG전자 역시 중국 내 14개 생산법인을 운영하며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세탁기·냉장고 등 주력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반도체 등 첨단 전자산업체품은 정보통신제품에 관한 국제협정(ITA)으로 이미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자동차 부품, 소형가전 기대 속 우려=자동차부품업계는 일단 기대감이 높다. 중국은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6∼10%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관세가 사라지면 한국 자동차부품업계의 가격경쟁력이 오른다. 대중국 부품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중국의 저가 부품이 한국에 대거 수입되면 한국의 중소 부품업체들이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형 가전들도 관세 인하·철폐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에서는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산 전기밥솥, 다리미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기술력은 앞서지만 가격경쟁력에 밀렸던 국내 제품의 경우 관세 철폐로 혜택을 입게 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소형가전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저가의 중국산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유화학, 항공 맑음=국내 생산된 석유제품의 18%, 석유화학제품의 45%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 석유화학제품에 평균 3.9%의 관세를 매겨온 점에 비추면 관세 철폐로 15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FTA 타결에 따라 한국과 중국 간 인적·물적 교류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양국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 여객과 화물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중 30개 노선을 운항 중인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 여객 수요가 대폭 창출되고, 화물 수요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섬유와 철강 흐림=섬유시장은 한·중 FTA 타결로 중국산 저가 공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영세 섬유업체뿐 아니라 화섬, 면방분야 대기업들도 중국산 저가 공세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당장은 관세로 인한 영향이 없다. 우리나라는 수입 철강에 관세를 물리지 않고, 중국에 수출하는 철강제품도 관세의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가치 제품들이다. 하지만 세계 1위의 철강생산 국가로 공급 과잉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이 FTA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공세적 수출에 나서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상거래 증가=중국이 처음으로 전자상거래를 FTA에 포함시키면서 양국 간 전자상거래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제품을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하는 중국 ‘역(逆)직구’족(族)이 FTA 수혜를 보게 된다. 이들을 잡기 위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비롯해 포털 사이트 바이두, 모바일 메신저업체인 텐센트 등 중국 업체의 국내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알리바바의 경우 온라인쇼핑뿐 아니라 간편 결제인 ‘알리페이’도 보유하고 있어 국내 간편 결제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남도영 유성열 김유나 기자, 김혜림 선임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