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가장 크게 실익을 기대한 부분이 농산물이었다. 그만큼 우리 측의 농업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이번 협상 결과 쌀, 양념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품은 보호됐지만 직간접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정부도 FTA로 우리 농업이 완전히 세계 시장에 노출된 것인 만큼 밭농업 선진화 등 우리 농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농업 분야 피해가 가장 많이 우려된 이유는 중국산 농산물 값이 절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FTA를 통한 관세 철폐나 감축 없이도 이미 농산물 교역에서 대(對)중국 무역 적자는 계속 커지는 추세다. 2009년 24억300만 달러였던 농업분야 무역 적자는 지난해 37억6700만 달러로 4년 사이 57%나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2년 한·중 FTA 발효 시 중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이 최소 105%에서 209% 늘어나고 국내 농업 생산액은 1.2%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중 FTA 협상 과정에서 양국은 농산물 분야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양국 간 줄다리기 끝에 결과적으로 쌀과 주요 양념류 채소, 과실류 등 농민과 국민 식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만한 품목은 상당수 관세철폐 대상 품목에서 제외됐는데도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쌀시장 개방 문제까지 겹쳐 농업 분야 전반에 막연한 비관론도 팽배하다.
아직 예상 피해액이나 중국 시장 개방이 미칠 직간접적 영향에 대한 분석이나 전망 등이 나오지 않는 것도 불안감을 높이는 이유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자유무역협정(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중 FTA는 중국산 농산물의 범람으로 신음하는 국내 농업을 완전히 파탄시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도 이 같은 불안감을 인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한·중 FTA 협상 결과와 관련, “한·중 FTA는 우리 농업이 FTA 개방체계에 완전 편입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중국과 우리나라의 농산물 교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우리 농업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하고 육성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밭농업 기반정비, 밭 기계화 등 밭작물 경쟁력 제고 방안과 대중국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농식품산업 육성 방안 등이 주된 골자가 될 전망이다. 과거 한·칠레 FTA, 한·미 FTA 등에서 축산물이나 과실 농가 등을 중심으로 피해 대책이 마련된 만큼 이번에는 밭작물 분야 선진화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밭직불제 확대, 수입보장 보험 도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단 통상절차법에 따라 피해 분석이 이뤄진 뒤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관련 피해 대책도 함께 제시된다. 피해 분석에는 통상 1개월 정도 걸린다.
정부 관계자는 “농업 분야에서도 중국 시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면서 “농산물 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중국의 틈새시장을 엿볼 수 잇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한-중 FTA 타결] 中 저가공습 땐 속수무책… ‘체질개선’으로 맞서야
입력 2014-11-11 04:15 수정 2014-11-11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