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중 FTA 타결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열리기 불과 1시간45분 전까지 확정이 안 됐을 정도로 막판까지 숨가쁘게 진행됐다. 양측 협상 실무자들은 연일 밤샘협상을 이어갔고, 협상이 깨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14차 협상은 당초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동안 양국이 회의를 번갈아 열어왔고 지난 13차 협상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만큼 14차 협상은 한국 개최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10∼1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당국을 고려, 우리가 중국으로 찾아가는 양보의 자세를 갖췄다. 양국 정상이 ‘연내 타결’을 약속한 만큼 이 같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막상 협상에 돌입하자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3주 전부터 비공개 실무협상을 벌인 터였지만 양국의 개방 수준, 쌀 완전 제외 문제, 품목별 원산지 기준 문제 등이 끝까지 쟁점으로 이어졌다. 8일 오전 10시에 재개한 회의에선 중국 측이 갑작스레 전날 합의한 내용을 뒤집으면서 다시 협상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양국은 다시 물밑 조율과 협상을 동원했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막판 마라톤협상으로 이끌고 간 것이 품목별 원산지 결정 기준(PSR)에 대한 합의였는데 중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FTA 효과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협상을 지켜본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정말 어려웠다”며 양국 대표단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실무협상은 정상회담 전날인 9일 밤늦게까지 매일같이 이어졌고 그 사이 밤샘협상도 벌였다. 협상에 참여한 핵심 관계자는 “양측 대표단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8일 밤엔 협상이 벽에 가로막히자 양측이 완전 철수하려고 하는 등 판이 깨질 뻔한 고비도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양국 통상정책을 책임지는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10일 오전 7시 베이징 구이빈러우(貴賓樓) 호텔에서 조찬을 겸한 두 번째 통상장관회의를 열었다. 지난 6일 첫 장관회의를 가진 지 나흘 만이었다. 9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실무협상에서 만든 초안을 놓고 양국 장관은 마지막 조율을 거쳤다. 이 자리에는 양국 간 협상을 실무적으로 진행해온 김영무 동아시아 FTA 추진기획단장과 중국 상무부 왕서우원 부장조리(차관보) 등 양국 실무자 10여명이 배석했다.
1시간이 지난 오전 8시쯤 한·중 FTA 최종안이 완성됐다.
세종=이용상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남혁상 기자 sotong203@kmib.co.kr
[한-중 FTA 타결] 합의내용 뒤집고 고성 오가고… 막판까지 아슬아슬
입력 2014-11-11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