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에 우리 상품이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으면서 우리 경제 영역이 크게 넓어지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중국과의 경제적인 결속을 강화하면서 동북아에서 우리의 정치적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경제 외적 효과도 기대된다.
중국은 단일 국가로는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따라서 국내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 발효 5년 후 0.95∼1.25%, 10년 후에는 2.28∼3.04%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한·중 FTA가 미국이나 EU 등 다른 거대 경제권과의 FTA보다 관세 철폐 및 완화 비율이 높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관세는 물론 다수의 비관세 장벽까지 해결된 만큼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국 내수·소비재 시장을 활발히 개척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관세 철폐의 직접적 혜택을 보는 소비재 수출이 활력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FTA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농수산업계가 입게 될 타격이 걱정이다. 이미 우리 식탁에는 중국산이 밀려와 있다. 앞으로 빗장이 풀리면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액은 2008년 28억2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7억1400만 달러로 5년 새 67.0%나 증가했다. 농림축산물 무역수지는 지난해만 37억6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FTA로 이득을 보는 부문에서 재원을 마련해 농어민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농가부채를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쌀이 ‘양허 제외’ 대상 품목으로 지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섬유·의류와 생활용품 등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당장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산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중국산 저가 제품에 시달리는 국내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FTA로 얻는 이득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기업들이 대부분 중국에 생산공장 등 사업 거점을 갖추고 있어 무역장벽 해소로 인한 직접적 혜택이 적은 데다 우리 중국 수출의 절반 정도가 이미 관세면제 혜택을 받는 가공무역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기술혁신 속도가 놀랄 만큼 빠르다는 점에서 현재 우위를 점하는 우리의 하이테크 제품도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첨단기술·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니고서는 오히려 빗장만 열어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국회 비준 과정이 남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농어촌과 중소기업 등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에 대한 주도면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겠다.
[사설] 한·중 FTA 성패, 고기술 산업 우위 유지에 달려
입력 2014-11-11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