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8로 가른 머리,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중후한 매력을 발산하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 분)는 시대를 불문하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로망의 남자’다. 한국의 레트 버틀러를 꼽자면 이 사람도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내년 1월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배우 주진모(40)가 레트 버틀러로 변신한다. 데뷔 15년 만에 뮤지컬 배우로서 새로운 발걸음을 뗀다.
10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주진모는 “뮤지컬 신인 배우”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드라마 ‘기황후’ 이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시점에서 이 작품을 만나게 됐고 끌렸다. 영화와 원작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실제로 만난 그는 영화 속 레트 버틀러와 완벽한 ‘싱크로율(일치감)’을 자랑했다.
“대중이 기대하고 있는 레트 버틀러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며 제작진이 힘을 많이 실어주셨어요. 노래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한 두 곡이 아니라 10곡 이상을 불러야 하는 작업이더라고요. 죽을 각오로 연습해야겠죠.”
그는 “레트 버틀러는 겉과 속이 다른 나쁜 남자지만 매력적이다. 감정선을 잘 표현하면서 심지가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003년 9월 프랑스 최대 공연장 팔래 데 스포르 드 파리에서 초연된 뒤 단 9개월 만에 관객 90만 명을 동원하며 성공을 거뒀다. 마거릿 미첼(1900∼1949)의 원작 소설은 1936년 출판 6개월 만에 판매 100만부를 돌파했고 1939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는 당시 미국 인구의 절반이 봤을 정도의 대기록을 세웠다. 소설 출판 80주년을 맞는 내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찾는다는 의미도 있다.
주진모는 “원작이 유명하다보니 부담도 된다”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하면 떠오르는 그 장면들을 더 밀도 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다시 한번 갈게요’ 이 얘기를 못할 테니 완벽하게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주진모와 함께 배우 김법래(44) 등이 이 역을 연기한다. 상대역인 스칼렛 오하라 역에는 바다(본명 최성희·34)와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서현(본명 서주현·23)이 낙점됐다.
“작은 단역으로 시작했던 연극 무대가 떠오릅니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관객들을 보면서 저도 식은땀을 흘렸죠. 이게 살아있는 거구나 느껴지더라고요. 그 때 그 때 반응을 느끼면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무대가 갖는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김미나 기자
주진모, ‘레트 버틀러’로 뮤지컬 무대 선다
입력 2014-11-12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