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교인들에게 사후에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돕는 곳만이 아닙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지요. 즉 ‘미래의 천당’보다 ‘현재의 천당’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지난 3∼4일 경북 문경 STX리조트에서 열린 ‘2014 월드비전 교회지도자 콘퍼런스’에서 강연한 팀 디어본(64·사진) 목사의 얘기다. 현재 미국 풀러신학교 ‘로이드 존 오길비 설교연구소’ 대표인 그는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국 목회자 550여명에게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란 주제로 강의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국월드비전 본부에서 디어본 목사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넉넉한 미소를 짓던 그는 강연 주제를 그렇게 정한 이유를 묻자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은 뒤 말문을 열었다.
“불행하게도 세계의 많은 교회들이 교인들을 천당에 보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습니다. 교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역사회의 복지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선 적절하지 못한 대답을 내놓고선 말이죠.”
그는 천국행 티켓을 교인들에게 쥐어주는 것만이 기독교의 진리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식의 가르침은 교인들에게 신앙과 세상을 분리하는 이중적 태도를 부추길 수 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이 천국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과 관련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변화되면 자연히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원수도 사랑하게 되죠. 하지만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도리어 세상과 벽을 높게 쌓아 자신의 신앙을 보호하는 데 치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디어본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구현하려는 교회만이 지역과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위해 더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령 부의 불평등 같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려면 그리스도인이 먼저 성경이 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그리스도인의 외침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 있는 교인들이 일터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실천할 수 있도록 교회가 기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하버드대 신학석사, 풀러신학교 선교학 석사, 에버딘대 조직신학 박사를 받은 디어본 목사는 월드비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미국본부와 국제본부에서 아시아지역 쓰나미 대응단 코디네이터, ‘믿음과 개발’ 부서 부국장 등을 지냈다.
월드비전 직원 출신답게 그는 기독 NGO의 모금과 마케팅에 있어서도 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자원을 얼마나 의미 있게 잘 쓰느냐’ 하는 인식을 갖는 것이 바로 모금·마케팅 영성의 핵심입니다. 이 분야 담당자는 세상과 가난한 이들을 연결하는 다리 같은 존재예요. 대중에게 돈을 끌어내려는 간사한 사람이 아닙니다. 거룩한 일을 한다는 자존감이 반드시 필요해요.” 기독 NGO라면 모금·마케팅 업무 또한 사역으로 여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풀러신학교에서 다양한 인종과 교파로 구성된 목회자 모임인 ‘미가 그룹’을 이끌며 설교와 예배에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등 8개국에 같은 이름의 모임이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지난 6일 첫 만남을 가졌다.
‘설교 연구가’인 그에게 설교를 잘하는 법을 묻자 숙고 끝에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았다.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고 지역사회의 고민거리에 깊이 관여하면 더 이상 설교거리로 고민할 일은 없을 겁니다. 설교는 웅변 기술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겸손할 사역일 뿐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교회는 ‘미래의 천당’ 외에 ‘현재의 천당’도 가르쳐야
입력 2014-11-1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