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 같아요. 기도 부탁합니다.’
지난해 4월 8일, 케네스 배(46)씨의 어머니 손명희씨가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당시 배씨는 북한 억류 5개월째였다. 2012년 12월, 국민일보가 배씨 억류 사실을 처음 보도했을 때 중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던 사역자들 사이에선 배씨가 ‘한 달 후면 나온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관광사업 차 북한을 자주 오간 데다 ‘외화벌이’에도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씨는 석방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북한은 4월 30일 배씨를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이후 8월 10일에는 건강악화로 입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국무부는 로버트 킹 인권특사의 방북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배씨를 만난 것은 어머니 손씨였다. 10월 11일, 손씨는 배씨가 머물던 평양 친선병원을 직접 찾았다. 당시 외신 사진의 손씨 표정은 안타까움이 역력했다. 손씨는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확실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했었다. 손씨의 ‘정지된’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매코드 공군기지. 비행기 트랩을 내려온 배씨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 이는 어머니였다. 손씨 표정은 평양 병원과는 달랐다. 환희와 안도가 가득했다.
이제 김정욱 선교사만 남아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북한에 들어가다 체포돼 올 5월 말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 선교사에게도 기도의 여성이 숨어있다. 부인 이모씨다. 이씨는 1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케네스 배씨가 석방된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답답한 것도 있지만 하나님께 맡길 뿐이다. 많은 분들이 기도하고 계신다”고 했다. 담담했지만 확신에 찬 어조였다.
김 선교사 가족은 지난해 12월 한국교회를 향해 구명운동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도 김 선교사에 대한 구명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단체나 연합기관도 구명운동을 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마침 정부도 북한에 대해 김 선교사를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그의 입북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이제 ‘정지된’ 상태는 깨야 하지 않을까.
신상목 종교기획부 기자
[현장기자-신상목] 케네스 배 어머니의 ‘정지된 시간’
입력 2014-11-11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