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 더 뜨거워지는 政熱經熱 … ‘안보 파트너’로 지위 격상

입력 2014-11-11 02:16 수정 2014-11-11 15:11

한·중 양국은 10일 자유무역협정(FTA) 전격 타결로 앞으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심화·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정부가 지향해 온 양국 간 이른바 ‘정열경열(政熱經熱·정치 및 경제 분야 모두 뜨겁다는 의미)’ 관계 역시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치·안보 협력도 한층 업그레이드=1992년 한·중 국교 수립 이후 22년 만의 양국 시장이 사실상 대부분 개방된 것은 정치적으로도 커다란 함의를 갖는다. 명실상부한 경제협력 파트너라는 의미는 물론 정치·안보적으로도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이정표를 마련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중 양국은 노무현정부 당시의 ‘포괄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이어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천명했다. 하지만 매해 급성장해온 경제 교류와는 달리 정치적인 측면에선 국익에 따라 때론 냉랭한 관계를 이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FTA 타결은 경제적 파트너십은 물론 양국 간 정치·안보 협력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중국과 북핵 개발 등 민감한 외교안보 이슈를 놓고 한층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격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중국 전문가는 10일 “향후 양국 간 정치 및 안보 측면에서 생길 수 있는 갭(간격)을 경제교류가 메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며 “한층 (양국 간) 연결고리가 탄탄해졌다”고 평가했다.

물론 남은 숙제도 있다. 한·미동맹과의 역학관계에 대한 조율이 우선 필요하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한·중 관계 정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양자 현안들에 대한 우리 목소리를 좀 더 강하게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비마다 돌파구 마련한 한·중 정상=한·중 FTA 타결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신뢰와 친분이 큰 영향을 미쳤다. 두 정상은 FTA 협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만나 돌파구를 마련했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당시 두 정상은 FTA 협상팀이 조속히 다음 단계로 협상을 진전시켜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 결과 당시 1단계 협상에서 맴돌고만 있던 FTA는 지난해 9월 7차 협상에서 ‘품목 수 90%, 수입액 85% 개방’ 등을 골자로 한 협상기본지침에 합의하는 데 이르렀다.

2단계 협상이 어려움을 겪던 올 7월에도 두 정상은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 체결’ ‘연말 협상 타결 노력 강화’에 합의했고, 이는 양국 간 서비스·투자 분야 자유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 도출로 이어졌다. 두 정상이 30개월을 끌어온 FTA 협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것도 10일 한·중 정상회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양국이 협상수석대표를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마지막 담판에 나설 수밖에 없던 환경을 만든 것이다. 결국 한·중 FTA는 정상회담 1시간 45분을 앞두고서야 최종 타결지을 수 있었다.

베이징=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