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장애’에 시달리는 햄릿형 인간들, 희생정신을 버린 진격의 할머니들, 셀카봉으로 무장한 ‘일상의 자랑질’ 향연….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10일 예측한 내년 소비 트렌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로 유명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아동학)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센터는 2008년부터 매년 말 새해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해 왔다.
2015년 소비 트렌드로 선정된 10개 키워드 중 첫 번째로 꼽힌 게 ‘햄릿증후군’이다. 선택 과잉의 시대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끊임없이 망설이기만 하는 현상이 소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썸’이란 신조어는 남녀관계에서조차 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한 글자로 요약했다.
‘일상을 자랑질하다’도 내년 트렌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과 함께 자기 사진을 찍어 올리는 ‘셀피(selfie)족’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셀피족과 함께 센터가 주목한 또 하나의 종족은 할머니들이다.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지금의 할머니들은 고등교육을 받았고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쥐고 있으며 가족과 자녀를 위한 희생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에서도 자유롭다. 그래서 이들이 노년에 펼쳐가는 인생 2막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센터는 이 할머니들을 ‘어반 그래니(urban granny)’로 명명하고,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를 키워드로 선정했다.
이밖에 △감각의 향연 △옴니채널 전쟁 △증거중독 △꼬리, 몸통을 흔들다 △치고 빠지기 △럭셔리의 끝, 평범 △숨은 골목 찾기 등이 소비 트렌드로 선정됐다.
김난도 교수는 “10개 키워드의 머리글자를 따서 잠이 오지 않을 때 양을 센다는 의미의 ‘카운트 십(COUNT SHEEP)’을 2015년 양의 해 키워드로 제시했다”면서 “내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거대한 물결에 획일적으로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한 마리 두 마리 양을 세듯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이미지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올해의 10대 트렌드 상품으로는 △‘꽃보다’ 시리즈 △영화 ‘명량’ △빙수 전문점 △스냅백(힙합풍의 모자) △에어쿠션 화장품 △의리 △콜라보레이션 가요 △타요버스 △탄산수 △해외직구 등을 선정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2015년 소비 트렌드 열쇳말은 햄릿증후군·일상의 자랑질…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전망
입력 2014-11-11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