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인턴(수련의)으로 근무하던 A씨(31·여)는 지난해 1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오던 길에 레지던트(전공의) 김모(34)씨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 선배가 식사를 하지 않았는데 후배가 먼저 밥을 먹었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는 A씨를 응급실 내 사무실로 데려가 “XXX아, 어디서 밥을 먹고 지랄이야” 하며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A씨에게 음료수병을 던졌다.
김씨는 같은 해 3월 진료 기록을 잘못 기재했거나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에게 며칠 간격으로 반성문을 쓰게 하기도 했다. 내용이 마음에 들 때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반성문 쓰기가 반복됐다.
어떤 날은 A씨에게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10분 단위로 행적을 기록해 가져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김씨는 A씨에게 앉았다 일어나기를 계속 시키거나 머리를 여러 번 때리기도 했다. 김씨는 “거슬리지 않을 자신이 없으면 꺼져라” “정형외과를 관두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등 위협적인 발언도 상습적으로 했다고 한다.
2012년 9월에는 A씨가 환자 엑스선 사진을 빨리 준비하지 못했다며 의사·간호사들이 오가는 병동 스테이션에서 벌로 2시간 동안 세워 두기도 했다. 참다못한 A씨는 김씨의 일부 발언을 녹음해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안범진)는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도가 심했을 순 있지만 훈육 차원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욕설을 하며 “가만두지 않겠다” 등의 말을 한 부분은 협박죄, 반성문을 계속 쓰게 한 것은 강요죄, 음료수병을 던지거나 머리를 때린 행위에 대해서는 폭행죄를 적용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욕설에 벌 세우고 반성문까지… 女인턴에 가혹행위한 레지던트 기소
입력 2014-11-11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