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명 없는 희귀병 환자라도 지원은 받도록 해야

입력 2014-11-11 02:35
“우리 둘째도 희귀병이에요. 채원이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지, 가슴이 찢어질지 눈에 선해요. 힘내세요! 기적은 일어날 겁니다.”

국민일보 7일자 1면과 6면에 ‘병명 없음. 채원이도, 가족도… 나락으로 떨어졌다’라는 보도가 나간 뒤 희귀난치성질환(희귀병)을 앓고 있는 박채원(15)양에 대한 지원의 손길이 쇄도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희망해’에는 7일 오후 ‘희귀병에 걸린 채원이를 도와주고 싶어요’라는 페이지가 개설된 이후 사흘 만에 2000명을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개설 당일에 모금 진행 최소 인원인 500명을 이미 초과한 것이다. 희망해는 박양 가족이 현재까지 사용한 병원비 3000만원을 모금 목표로 잡고 있다. 국민일보와 박양이 다녔던 국립국악중학교에도 “채원이를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11일 박양의 어머니를 만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불우이웃을 살피고 더불어 살아 가려는 우리 사회의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다.

희귀난치성질환센터에 따르면 정부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희귀병은 1020종이다. 채원이처럼 병명조차 없는 병까지 감안하면 국내 희귀병 종류와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최소 50만명으로 어림잡아도 100명 중 1명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에 불과하다. 희귀병의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지원 근거가 되는 법률이 없는 데다 진료비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이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2012년부터 3년간 희귀병 관련 법안 5건이 발의돼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법안이 수수방관되고 있는 사이에 채원이 같은 희귀병 환자와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고 있다. 국회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하며, 정부는 희귀병 기본 실태부터 정확히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정책들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