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득점왕 후보들이 ‘도토리 키재기’ 중이다. 외국인 공격수의 수준이 떨어진 데다 걸출한 국내 공격수가 나오지 않아 골 가뭄이 들었다. 누가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든 큰 박수를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현재 득점 1위엔 전북의 ‘라이언 킹’ 이동국(13골·경기당 0.43골)이 올라 있다. 그러나 이동국은 지난달 26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장딴지를 다쳐 시즌을 접었다. 그 뒤로 수원 산토스(13골·경기당 0.41골), 부산 임상협(11골), 포항 김승대, 전남 이종호(이상 10골)가 줄을 서 있다.
우선 득점 5위 안에 외국인 공격수가 산토스 한 명뿐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데얀, 모따, 라돈치치, 에닝요 등 특급 외국인 골잡이들이 국내 리그에서 골 잔치를 벌였다. 특히 데얀은 2011시즌 24골, 2012시즌 31골, 2013시즌 19골을 넣어 3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그가 올 시즌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떠나자 어떤 외국인 골잡이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지 관심이 컸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 특급 공격수의 맥은 끊겨 버렸다. 각 구단이 크게 줄어든 운영비로 인해 괜찮은 ‘물건’을 사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공격수들의 공격력도 크게 떨어졌다. 이동국과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을 제외하고 정통 토종 스트라이커를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토종 공격수의 득점 빈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며 “젊은 선수들의 잇단 해외 진출에 제도상의 문제가 겹쳐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걸출한 외국인 공격수가 국내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K리그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종 공격수가 발굴되지 않는 점도 우려스럽다. 결국 국가대표팀의 골 결정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도움왕 경쟁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놀랍게도 도움왕 1위엔 아직도 이명주(9개·포항·현재 알 아인)가 올라 있다. 시즌 초반 11경기에서 9개의 도움을 기록한 이명주는 지난 6월 포항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알 아인으로 이적했다. 도움을 추가할 수 없었음에도 5개월 동안 선두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골 가뭄이 들었으니 골 도움도 흉작이 될 수밖에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K리그 득점왕 경쟁 ‘도토리 키재기’
입력 2014-11-11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