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식은 방망이’ 불 붙여라

입력 2014-11-11 02:30

역사적인 타고투저(打高投低) 시즌이었던 올해 삼성과 넥센은 정규시즌에서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했다. 삼성은 타율 0.301, 넥센은 0.298로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두 팀 모두 방망이가 차갑게 식어 버렸다. 삼성과 넥센의 타율은 4차전까지 각각 0.192와 0.195로 2할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 타선의 경우 타율 0.333, 3홈런으로 맹타를 휘두르는 외국인 선수 나바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2차전과 3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 흐름을 바꿨던 이승엽, 박한이도 안타 자체는 많지 않다. 둘의 타율은 각각 0.133(15타수 2안타), 0.143(14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채태인 역시 0.183(16타수 3안타)으로 1할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선수들도 있다. 삼성의 클린업 트리오에 속한 박석민은 타율 0.077(13타수 1안타)로 1할도 안된다. 부상 후유증 때문에 타격감이 전혀 돌아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4차전에서는 수비 실책까지 저지르며 중도에 교체되기도 했다. 정규리그 도루왕인 김상수는 12타수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상대 마운드를 괴롭혀야 할 그가 번번이 출루에 실패하자 삼성의 역동성도 당연히 떨어지고 있다.

넥센 타선도 삼성 타선 못지않게 잠잠하다. 한국시리즈 들어 타율 0.462, 2홈런을 기록 중인 유한준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은 기대만큼 터지지 않고 있다. 200안타의 주인공인 서건창은 0.133(15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강정호는 한국시리즈 1차전 홈런으로 그 기세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이후엔 침묵에 빠져 있다. 타율이 0.071(14타수 1안타)이다. 선발 라인업에 번갈아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윤석민과 이성열도 안타가 하나도 없다. 윤석민이 5타수 무안타, 이성열이 8타수 무안타로 염경엽 감독의 기대를 번번히 깨고 있다. 다만 3차전까지 안타 1개에 그쳤던 박병호가 4차전에서 안타 2개를 기록하며 살아난 것은 넥센에 희소식이다.

결국 2승2패로 팽팽히 맞서 있는 삼성과 넥센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려면 남은 경기에서 타선이 살아나야 한다. 4차전까지는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린 팀이 승리를 가져갔지만, 5차전 경기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 잠실구장의 경우 앞서 대구나 목동구장에 비해 넓어서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홈런보다는 단타와 주루 플레이 등 기동력으로 승패가 판가름 될 가능성이 커졌다. 어느 팀 타선이 먼저 부활해 그라운드를 기동성 있게 휘젓느냐가 한국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