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파워로 전진하는 ‘코리안 불도저’ 남의철

입력 2014-11-12 02:59 수정 2014-11-12 15:55
데뷔 10년을 맞은 종합격투기 남의철 선수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가진 노력파 선수이자, 케이지 안에 서면 저돌적으로 변하는 파이터다. 종합격투기를 통해 하나님과 더 친밀해졌다고 고백하는 그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변화시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삼일절에 한국 격투기의 새 역사가 쓰였다. 지난 3월 1일 마카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리그인 UFC에서 한국인 챔피언이 탄생한 것. 한국인으로서 9번째로 UFC에 입성한 남의철(33) 선수가 일본의 가즈키 도쿠도메 선수를 상대로 승리했다. 남 선수는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잽을 날렸다. ‘코리안 불도저’ ‘볼케이노’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파워 넘치는 경기에 관중은 열광했다. 삼일절에 한국인 선수가 일본인 선수를 꺾은 의미 있는 시합이었다. 또 남 선수 개인적으론 데뷔 10년 만에 일군 UFC에서의 첫번째 승리였다. 베드로처럼 하나님을 뚝심 있게 믿고 있는 그를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팀파시체육관에서 만났다.

의외로 그의 전공은 건축설비였다. 2004년 군에서 전역하자마자 취미로 시작한 게 격투기였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퇴근 후 꾸준히 운동을 했고, 아마추어대회에 나가 운 좋게 좋은 성적도 얻었다. 이때만 해도 이종격투기가 자신의 직업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격투기란 ‘돈 안 되는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회사일은 내가 원했던 게 아니에요. 하지만 격투기를 할 때면 유일하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돼요. 1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질 정도니까요. 체육관 매트에 누워있는 게 좋고, 땀 냄새도 좋았어요. 그 공간도 편했어요.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족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매일 얼굴은 퉁퉁 붓고, 몸 여기저기 성한 구석이 없었다. 이런 아들을 보는 부모의 가슴은 어땠겠는가. 남 선수가 대회 우승으로 보답하자 부모는 결국 아들의 길을 반대하지 않고 묵묵하게 지원해줬다.

“제가 좋아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막상 업으로 삼고 보니 잦은 부상, 경제적 어려움, 고된 훈련, 체중 조절 등 극복할 것이 많았습니다. 운동은 철저하게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대회를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감량을 단기간에 성공해야 하고, 부상으로 힘든 경우가 다반사였으니까요.”

그가 유일하게 평안함을 느끼고 회복할 수 있던 공간이 바로 교회였다.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관계를 통해 힘든 그 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교회에 나갔지만 이 시기에 절실하게 기도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신앙도, 운동 실력도 같이 성장했다.

“3∼4년 동안 집과 체육관, 교회를 순회하듯 다녔던 것 같아요. 교회 나가는 게 위로이자 즐거움이었어요. 주중에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어요. 교회 안에서도 섬길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것 같아요. 교육부서 임원, 성경공부 소그룹장(순장), 선교 사역장 등. 당시는 공동체를 위해 섬기고 희생하겠다는 마음으로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들이 저한테는 꼭 필요했던 때입니다. 가끔 힘들기도 했지만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현재 서울 소망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남 선수는 매일 하나님께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너무나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그 때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 덕분이에요. (하나님께) 많이 사랑받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하나님께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수술 받을 때도 기도할 수 있는 분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어요.”

남 선수는 요즘 남성들의 격투기 도전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에서 출연자들의 꿈을 지원하는 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그의 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예체능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을 가르치고 변화시키는 데서 보람을 느껴요. 서로 우정을 나누면서 같이 성장하기 때문이죠. 지금은 현역에 있는 만큼 최고의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