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가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다. 그동안 외신을 통해 전달되는 참극 정도로 받아들여졌으나 국내 보건인력 선발대가 13일 에볼라가 극심한 시에라리온에 파견되면서 우리의 관심사안으로 떠올랐다.
공기가 아닌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의 속성상 의료진 파견은 곧 환자와의 접촉을 의미하고 이는 2차 감염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도, 과도한 걱정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55) 교수를 지난 7일 진료실에서 만나 국내 의료진 파견에 따른 안전성 여부, 국내 감염 가능성 및 방역 실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선발대를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 의료진이 시에라리온에 파견된다. 알려졌다시피 에볼라는 2차 감염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에볼라 발생 3국 가운데 기니와 라이베리아가 진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시에라리온은 감염 속도가 오히려 빨라져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에볼라를 치료하는 의료진 중 530여명이 감염돼 23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가 느는 것처럼 의료인 감염도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는 얘기다.
더욱이 현지 상황은 아주 열악하다. 치료라고 해봤자 국내 병원처럼 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정밀 진단해 처치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감염 정도를 분류해 정맥주사를 놓거나 탈수와 전해질을 보충해 주는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유일한 치료제인 지맵(Zmapp)도 없기 때문에 딱히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의료진의 자질이나 전문성이 크게 발휘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의료진이 무엇보다 신경써야 할 것은 스스로에 대한 감염 예방이다. 이는 본인뿐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다.”
-감염 위험이 높다는 것처럼 들린다.
“너무 걱정을 해서도, 그러나 안이하게 생각해서도 절대 안 된다. 한치의 틈이라도 보였다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철저한 교육과 훈련, 이를 준수하는 파견 인력의 자세만이 예방의 지름길이다. 특히 개인 보호장구를 입고 벗을 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 미국 텍사스 병원 간호사 2병이 감염된 것도 결국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과 훈련은 충분히 하고 파견하나.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우리 질병관리본부 직원이 파견돼 교육을 받고 이를 다시 의료진 등 파견 인력에게 교육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 1주일, 현지에서 1주일 등 14일간 교육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볼라 발병 지역에 가장 많은 의료진을 보낸 ‘국경없는 의사회’도 이 정도 교육을 한다. 다만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리 교육과 훈련을 많이 해도 매뉴얼을 충실히 따르지 않으면 소용없지 않은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정부에 최고와 최선의 치료를 제공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전장에 파병되는 군인과 마찬가지다. 총 대신 청진기를 들었을 뿐이다. 시에라리온에 이미 와 있는 영국 의료진과 긴밀한 협조를 하게 돼 다소 안심이다.”
정부는 9일 외교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합동 브리핑을 통해 우리 의료진에게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영국이 외국 보건인력의 에볼라 감염 치료를 위해 시에라리온에 개설하는 병동에서 우선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환자 수송과 관련, 미국의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하기 위한 협정을 미국과 체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건의료 지원 활동을 마친 후 3주간 해외 등 안전지역에 있다가 귀국토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에볼라에 대비한 국내 의료 수준은 어떤가. 지난 국정감사 때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17개 병원에 있는 음압유지격리병상(공기 순환이 차단되는 병상) 100여개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이 병상을 에볼라 치료에 맞게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개조 작업을 하고 있다. 시설은 치료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지맵은 이미 미국에서도 재고가 없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탈수, 쇼크, 콩팥 기능 저하, 호흡부전 등 보완적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에서의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한 최선의 조처는 뭔가.
“인천공항 입국 검역이 1차 관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환자 발견이 쉽지 않다는 데 맹점이 있다. 설혹 환자를 접촉한 인물이 입국한다 하더라도 본인이 입국신고서에 그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제대로 밝혀내기 어렵다.
잠복기가 2∼21일이니까 감염이 됐다 하더라도 입국 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공항에 설치된 발열감지기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발열 상태를 체크하는 것으로 감염은 됐지만 열이 없으면 확인이 불가능하다.
결국 에볼라 발병 나라를 거쳐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보건 당국이 매일 전화 등으로 점검해 신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의 발병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아주 낮다.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우선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발병국인 아프리카에서 입국하는 사람이 극소수다.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국내에 들어올 확률이 아주 낮지 않은가.”
-잠복기에 접촉해도 괜찮나.
“WHO도 잠복기에는 전염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환자로 확진되기 이전 잠복기에는 전혀 전염되지 않는다. 이는 반드시 환자와의 접촉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미국에서처럼 21일 동안 격리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 증상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잠복기에 격리한다는 것은 잠복기에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 아닌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파견되는 우리 보건인력에 대해서도 활동 종료 후 21일간 제삼국에 있다가 귀국시키겠다는 입장인 모양인데 이는 정부를 위해 봉사하는 분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의료진의 양식에 맞게 자발적으로 격리하도록 하거나 쉬도록 해야 된다. 국민들도 이 점에 대해 불필요하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내년쯤이면 에볼라 정복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와 있나.
“미국 캐나다 영국 스위스 등에서 임상을 시작했다. 두 가지 정도가 지금 시험 중이다. 백신은 안전성과 효능 두 가지 모두를 갖춰야 된다. 1차로 올 연말에 안전성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 내년 상반기에는 2차로 효능 여부가 확인된다. 만약 두 가지 모두 충족된다면 내년 말이면 백신 양산도 가능하다.”
-감염병에 대한 국내 의료 수준은.
“전국에 감염병을 전공한 내과전문의가 200여명에 불과하다. 기초연구자도 부족하고 임상연구자도 기피하고 있다. 정부 역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그러나 감염병은 공공성이 높다는 인식을 가져야 된다. 전문가를 양성하고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는 등 조직 강화에도 힘써야 된다.
감염병의 발생주기 및 빈도가 점점 단축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된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2년 중증호흡기증후군, 2013년 중국 조류인플루엔자, 한국 살인진드기에 이어 올해 에볼라가 나타났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김우주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원 박사 △국립보건원 호흡기바이러스 과장 △국립보건원 국가인플루엔자센터장 △고대 구로병원 감염관리실장 △대한감염학회 부이사장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인人터뷰] ‘감염병 전문가’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 “에볼라 퍼뜨리는 진짜 敵은 공포와 방심입니다”
입력 2014-11-12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