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은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주말 사이 최소 100만명의 시민과 여행객이 낙서로 뒤덮인 장벽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거나 28년간 분단의 아픔을 기록한 안내문을 읽으며 역사적인 순간을 되새겼다.
축제 행사는 이날 오전 10시 트럼펫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때 나팔을 불어 견고했던 여리고성을 무너뜨린 성경 속 장면을 상징한 것이다. 과거 장벽이 있던 자리를 따라 설치된 조명 풍선 7000개가 장벽이 무너진 시간에 맞춰 하늘로 치솟으면서 축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서울에서도 이날 주한 독일대사관 주최로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기념 달리기 행사가 열렸다. 청계천 베를린광장에서 오전 11시부터 열린 행사에는 독일인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현지에서 공수해온 베를린 장벽 원형(폭 3m, 높이 3.5m)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독일인 안드레아스 그로테(45)씨는 “독일인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장벽도 무너지고 동서독 지역 간 격차도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일과 해외 주요 정상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의 의미를 짚으며 역사적인 순간을 회고했다.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념행사에서 “베를린 장벽을 넘다가 죽은 이들을 비롯해 공산 정권 하에서 고통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9일은 1938년 나치 대원들이 유대인을 약탈한 사건(크리스탈나흐트·수정의 밤)이 벌어진 날이기도 하다”면서 “기쁘기도 하지만 역사가 우리에게 지운 짐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은) 유럽과 다른 대륙의 모든 이들이 축하할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벌어진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 관계를 언급하며 “세계가 다시 새로운 냉전에 들어서기 직전”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외신종합
주말 내내 ‘장벽’ 앞은 인산인해
입력 2014-11-10 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