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9일 오후 1시57분 불이 나 주민 1명이 숨지고 이재민 139명이 발생했다. 소방헬기 5대와 소방차 50여대, 소방인력 409명을 투입했는데도 약 1시간40분 만인 오후 3시34분에야 불길이 잡혔다.
주택가 화재를 진화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린 건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동네 구조 때문이었다. 구룡마을은 1983년부터 조성된 무허가 집단거주지가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2년 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됐으나 개발 방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에 지난 8월 해제됐다.
불은 구룡마을 7-B지구 고물상에서 시작돼 인근 주택과 8지구로 번졌다. 마을 5만8080㎡ 중 900㎡와 주택 391개동 중 16개동 60가구가 탔다. 주민 139명은 인근 개포중학교에 마련된 대피소로 피신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잔해를 확인하다 한 주택 내부에서 주모(71)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소방 당국은 마을 진입로가 좁고 소방용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강풍까지 불어 진화에 애를 먹었다.
구룡마을은 서울올림픽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개포동을 개발할 때 밀려난 주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판잣집 등 가건물이 밀집해 있고 저소득층 1200여 가구가 산다. 주택 대부분이 비닐과 목재 ‘떡솜’이라 불리는 단열재 등 불에 타기 쉬운 자재로 지어진 데다 송전선에서 불법으로 끌어온 수많은 전선이 얽혀 있어 화재 위험이 상존한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1건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전기 합선, 방화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화인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가 2011년 구룡마을 재개발에 나선 이유 중 하나가 잦은 화재 등 안전문제였다. 그러나 개발방식을 놓고 환지방식(토지보상) 혼용을 주장한 서울시와 전면 공영개발(현금보상)을 주장한 강남구의 대립이 소송으로까지 비화됐다.
이런 상황에 또 화재가 발생하고 겨울을 코앞에 둔 시기에 이재민이 139명이나 발생해 재개발 사업이 다시 추진될지 주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라 재개발은 시급한 문제”라며 “중단 상태인 강남구와의 협의체를 어떻게든 다시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구룡마을 또다시 화재… 1명 사망
입력 2014-11-10 0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