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노홍철(35·사진)씨의 벤츠 스마트 차량이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사거리에 나타난 건 8일 0시1분이었다. 이 사거리를 조금 지난 학동로에서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다. 노씨의 차는 단속 지점에 못 미쳐 오른쪽 골목으로 우회전을 했다. 강남구청 방면 횡단보도 직전에 있는 이 골목은 평소 음주단속을 피해 도망치는 차량이 많아 단속 경찰관이 따로 배치돼 있었다. 노씨 차량도 골목에 있던 경찰의 제지를 받아 멈춰 섰고 노씨가 차에서 내렸다.
경찰은 “(노씨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났고 한눈에 보기에도 취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경찰을 붙잡고 한참 동안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날 음주단속은 통상적인 야간 집중단속이었다. 오후 11시부터 강남 곳곳에서 대대적으로 단속이 이뤄졌다.
노씨가 적발된 골목은 음주단속이 벌어질 때마다 경찰관이 상주하는 지점 중 하나다. 바로 옆 서울세관사거리가 왕복 8차로로 넓은 탓에 운전자들이 앞에서 음주단속 중임을 알아채고 미리 이 골목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노씨가 의도적으로 차를 골목으로 돌려 도주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도주 혐의 적용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술을 마셨나 안 마셨나만 판단하는 1차 호흡측정 결과는 명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노씨는 술을 마셨다고 인정했다. 대신 혈중 알코올농도를 재는 2차 호흡측정 대신 채혈측정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운전자가 원할 경우 호흡측정 대신 채혈측정을 하도록 돼 있다. 음주운전자가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 시간을 늦추려고 채혈측정을 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경찰은 “보통 채혈측정이 호흡측정보다 수치가 약간 높게 나와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서울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채혈한 뒤 귀가했다. 이어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왜 채혈을 요구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강남경찰서는 “7∼10일 뒤 채혈 결과가 나오면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인터넷에서는 노씨의 음주운전을 놓고 ‘표적수사’라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무분별한 음모론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노씨를 더 곤혹스럽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경찰 “노홍철씨 한눈에 봐도 취해”
입력 2014-11-10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