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구리 큰빛교회

입력 2014-11-11 02:28
경기도 구리 큰빛교회 서길문 목사는 10일 지하 예배당을 안내하면서 의자, 단상, 앰프시설 등 모두 지인들의 도움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리=허란 인턴기자
“생활은 어렵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하나님만 의지하며 사는 목회자의 삶이 사람들에게 큰 도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구리 큰빛교회 서길문(62) 목사는 앞서 진행된 인터뷰를 마친 후 이런 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인터뷰 때 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의 고백은 확신에 차 있었다.

서 목사가 처한 상황은 사실 어렵다. 가장 큰 걱정이 사모의 건강이다. 사모는 지난해 8월 뇌경색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수술하지 않고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해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언제든 혈관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야 한다.

치료비도 걱정이다. 혈관주사 1회 비용이 2만원 안팎이다. 큰 돈이 아닌 것 같지만 서 목사 가정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현재 큰빛교회 출석 성도는 1∼2명이다. 많을 때도 성도는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사례비는 원래 없었다. 사모의 어지럼증이 오랫동안 계속됐지만 뒤늦게 병원을 찾은 것도 병원비가 없어서였다. ‘단순한 빈혈이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만 품은 채 차일피일 병원 검사를 미뤄왔다. 뒤늦게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된 다른 교회 성도들이 카드 할부로 도와줘 겨우 검사를 받았다.

서 목사는 목사가 되지 않으려 7년을 버텼다. “30대 중반에 소명을 받았는데, 목회자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하나님이 제가 순종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셨어요. 생활은 극도로 어려워졌고, 아내는 불임이 됐죠. 정말 의지할 데가 없어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하나님은 기적을 통해 목회자로서 확신을 주셨다고 말했다. 친형의 딸이 아파트 4층에서 떨어져 중태였는데 그가 40일 작정기도를 마치자 급격히 회복됐다. 16년 전에 뇌종양 진단을 받은 어머니도 당시 이미 고령이어서 치료방법이 마땅치 않아 퇴원했는데 89세인 지금까지도 건강하다.

서 목사는 항상 어려움 가운데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길을 내셨다고 간증했다. 그는 성수벧엘교회의 부교역자를 마치고 2006년 9월 개척자금 100만원으로 큰빛교회를 개척했다. 건물 보증금을 빼면 실제 들어간 비용은 교회 본당 페인트값 7만원이 전부였다. “지인들이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예배당을 꾸며줬다”며 “7만원으로 교회 개척한 것이 얼마나 감사하느냐”고 말했다.

개척 후 2개월 동안은 교회 간판이 없었다. 의자도 없어 맨 바닥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때 어느 권사가 소식을 듣고 교회 간판을 헌물했다. 지인들을 통해 교회의 성구와 성물들도 하나씩 채워졌다.

교회는 월세도 두 달째 못 내고 있다. 사택은 따로 없다. 교회의 지하 공간을 반으로 나눠 한쪽은 예배당으로, 한쪽은 사택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좋은 건물주인을 만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4년 동안이나 월세를 올리지 않더라고요. 이후에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해서 형편이 나아지면 올려드리겠다고 했더니 4년간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서 목사는 “오늘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간다”며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에 감사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