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사업의 평가 주기는 3년에 한 차례다. 2010년 만들어진 한 사업이 2012년 평가에서 살아남으면 최대 5년(2015년 평가) 동안 예산을 받는 구조다. 정부는 2011년부터 국고보조사업 평가 제도를 도입했지만 아직도 수천 가지 사업을 30여명의 평가위원이 단 3개월 동안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보조금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한 원인으로 ‘수박 겉핥기’ 식 평가가 지목되는 이유다.
정부의 보조금 평가단은 대학교수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평가단은 보조금 사업 및 재정지원의 타당성과 필요성, 사업내용과 추진방식의 적절성 등을 기준으로 ‘정상추진-단계적 감축-단계적 폐지-통폐합-즉시폐지’ 등 5단계로 평가를 내린다.
보조금 평가에서 정상추진 판정을 받은 사업 비율(예산규모별)은 2011년 79.1%에서 올해 37.0%로 급감했다. 갈수록 평가가 엄격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폐지 판정을 받은 사업에 투입된 예산 규모도 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국고보조금의 전반적 현황과 문제점’에 따르면 폐지 판정을 받은 사업에 투입된 예산 규모는 2011년 2987억원에서 2013년 1조1450억원으로 늘었다. 평가와 무관하게 집행되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도 지난 4월 감사에서 ‘보조금 평가 따로 집행 따로’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 ‘한국문화테마파크 조성’ 등 보조금 15개 사업의 예산을 19%만 집행했지만 2013년 보조금으로 458억원을 추가 교부받았다.
정부가 모든 재정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사업 평가와 보조금 평가 결과가 서로 모순되게 나오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올해 보조금 평가단은 운영평가 보고서에서 “재정사업 자율평가에서 ‘우수’이지만 국고보조사업 평가에서는 ‘폐지’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단순히 보조금 사업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이 아니라 매년 모든 사업을 평가대상으로 삼고, 평가결과를 다음 예산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식으로 평가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국고보조금 시스템 개혁] 30명이 수천 가지 사업 3년에 한번 겉핥기 평가
입력 2014-11-1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