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격적인 미국인 억류자 석방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 미국 정보최고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사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대통령 특사로 평양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에 들어가 억류자들을 구출해내는 것은 주로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미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의 평양행에 대해 대체로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클래퍼 국장은 공군 중장 출신으로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내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한다. 매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독대하며 국내외 주요 안보상황을 브리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최고위 정보기관장의 방북이어서 단순치 않은 ‘외교정치적 함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클래퍼 국장이 특사로 ‘낙점’된 것은 고위 공직자의 방북을 원하는 북한의 ‘까다로운’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미국의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은 그동안 전직 대통령급의 인물을 원했지만, 미국은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인권특사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같은 행정부 내 실무자들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급이 나설 경우 북한이 체제 선전과 같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억류자 석방이 시급한 미국은 장관급 인사 중에서 적임자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급 인사를 보내는 것은 현재의 대북정책 기조에 바뀌는 것처럼 잘못된 메시지로 읽혀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도주의적 사안과 정무사안을 철저히 분리한다는 원칙론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장관급 인사 가운데 직접 대북 정책을 다루지 않지만 북한과 관련한 현안을 잘 이해하고 있는 클래퍼 국장이 낙점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미국이 오로지 원한 것은 두 시민(억류자)의 귀국이었음을 확신하다”면서 “미국은 오래전부터 북한 정권에 억류자 석방 대가로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클래퍼 국장은 당연히 북한 고위당국자가 말하는 것을 듣고, 이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북한에 어떠한 새로운 것도 말할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北, 억류 미국인 2명 석방] 美, 정보최고책임자를 특사로 보낸 까닭은…
입력 2014-11-10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