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유병언法’, 법조계 “위헌소지 크다”

입력 2014-11-10 02:26
지난 7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위헌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몰수·추징 대상인 다중인명피해사고 범죄수익과 책임자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제3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병언법은 ‘다중인명피해사고와 관련된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제3자의 재산 몰수·추징’이 골자다. 사고 책임자가 유병언처럼 재산 대부분을 친인척·측근 명의로 돌려놨을 경우에도 몰수·추징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신설된 법에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사고 책임자의 범위다. 유병언법은 사고 발생에 형사적 책임이 있는 개인·법인뿐만 아니라 ‘경영지배·경제적 연관 또는 의사결정 참여 등을 통해 그 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까지도 책임자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9일 “경제적 연관이나 의사결정 참여라는 표현이 모호하기 때문에 ‘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는 관점에 따라서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범죄수익의 범위도 명확하지 않다. 몰수는 범죄에 이용되거나 범죄를 통해 취득한 물건·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강도범이 식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 현금 200만원을 갈취했다면 식칼과 200만원은 몰수 대상이다. 하지만 다중인명피해사고에서 유래한 범죄수익이 무엇인지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세월호 사고를 예로 들면 같은 규모의 선박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덜 투입된 비용만큼을 범죄수익으로 봐야 하는지, 변칙적인 선박 개조로 벌어들인 이득도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지 등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주체와 범죄수익 범위의 모호함 때문에 제3자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병언법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몰수대상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제3자의) 재산’도 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황을 모른 채’ 취득한 재산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던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안보다는 완화됐다.

다만 몰수대상재산의 범위가 명확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까지를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몰수대상재산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 돈을 투자한 제3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해석범위에 따라 돈을 모조리 빼앗기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판사는 “유병언처럼 재산을 돌려놓은 경우에도 몰수·추징을 해야 한다는 법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규정이 정교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