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갈수록 가격 역전… 수도권 중형 > 대형

입력 2014-11-10 02:58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중형 아파트 전셋값이 대형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작은 아파트의 전세 수요는 넘치지만 넓은 아파트의 수요가 적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부동산114가 9일 조사한 결과 경기도 파주시의 공급면적 132∼165㎡(40∼50평형)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1억8449만원이었다. 더 큰 면적인 165∼198㎡(50∼60평형)의 평균 전셋값이 1억6321만원인 것에 비해 2000여만원 높고, 198㎡ 이상(60평형 이상)의 평균가인 1억4887만원과 비교하면 35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이었다. 198㎡를 초과하는 대형의 전세가격은 99∼132㎡(30∼40평형)의 전셋값(평균 1억5085만원)보다도 낮았다.

서울 강북권에서도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원구의 전세 가격은 165∼198㎡가 3억8759만원인데 비해 198㎡ 초과는 2억7753만원으로 큰 아파트가 오히려 1억1000만원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랑구는 165∼198㎡의 평균 전세가 2억9366만원으로 132∼165㎡ 전세 평균(3억812만원)보다 낮았다.

김포·오산·하남·수원·안성시 등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아파트의 전셋값이 대형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김포시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중소형 전세는 찾는 분들이 많아 공급이 빠른 주기로 소진된다. 물량이 부족하다보니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관리비, 청소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중소형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주택형별 전세가격의 변별력이 떨어지자 당초 원하는 주택형보다 큰 아파트로 갈아타는 주거 상향 이동도 나타나고 있다. 파주시의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중소형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격 차이가 거의 안 나거나 오히려 싼 대형 아파트 전셋값을 알아본 뒤 아예 대형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의 문턱이 낮아진 것도 주택의 상향 이동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격 역전 현상이 중소형 전세의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어 주거 상향 이동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중개업소가 전세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전세대출을 받아서라도 주택형을 넓혀가길 권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전세난으로 인한 불필요한 주택 과소비는 없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