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앞세운 中, 아시아·태평양 패권 도전 거세다

입력 2014-11-10 02:26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국제 정치 및 경제 질서를 견제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외교정책인 ‘아시아 중시 정책’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화통신은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과의 경제통합을 염두에 두고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400억 달러(약 43조7400억원)를 출연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발표는 전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회원 국가 정상들의 별도 회의인 ‘상호소통과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대화’에서 이뤄졌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실크로드 기금의 목표에 대해 “아시아 지역 관계를 개선하고 소통의 병목 현상을 타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금을 통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주변국의 기초시설, 자원개발, 산업협력, 금융협력 등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와 융자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중앙아를 겨냥해 제안한 ‘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帶)와 동남아 및 서남아를 향해 내놓은 ‘21세기 해양 실크로드’(一路)의 끝 글자를 묶은 말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시 주석의 야심이 숨어 있다. 시 주석은 이날 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서도 “이 시대에는 새 틀과 새 꿈이 필요하다”며 “‘아태의 꿈(亞太夢想)’ 실현을 위해 지역국들이 함께 노력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중국의 꿈’에 이어 지역공동체 차원의 비전인 ‘아태의 꿈’을 처음 제기한 것이다.

실크로드 기금의 출범은 일대일로 구상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국제전략 전문가 저우팡인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실크로드 펀드와 일대일로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 도전하겠다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평가했다.

미국 중심의 국제경제 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AIIB는 중국이 세계은행(WB) 등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기구다. 중국은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54조원)의 대부분을 부담키로 했고 앞으로 1000억 달러까지 자본금을 늘릴 계획이다. 최근 중국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아세안(ASEAN) 9개 회원국 등 21개국이 참여키로 합의했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움직임에 맞서 중국이 추진 중인 FTAAP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APEC 장관급 회의에서 FTAAP 구축 구상의 로드맵이 채택됐으며 10∼11일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상정해 비준을 받을 예정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