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고보조금 낭비를 막기 위해 2011년부터 기획재정부 산하에 보조사업운영평가단을 구성해 보조금 사업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 결과에 강제력이 없어 같은 지적이 매년 반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양수산부는 전체 보조금 사업 중 ‘정상’ 판정을 받은 사업이 6.7%에 불과했다.
◇지적 하나마나인 보조금 사업=고용노동부는 고령자, 노숙인, 경력단절여성 등 취약계층의 취업을 돕기 위해 무료직업소개소나 비영리단체(NGO)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95억800만원이 지급됐고, 내년에 베이비부머 등 은퇴자가 노동시장에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돼 보조금 액수를 364억5500만원으로 늘려 잡았다. 그러나 평가단은 올해 취약계층취업지원사업의 운영 방식을 변경하라고 지적했다. 지원 범위가 너무 넓어 효과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취약계층 취업 지원, 중장년 전직 지원, 심리안정 프로그램 운영, 채용박람회 등 다양한 사업이 동시에 이뤄지다보니 중복지원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 사업은 올해 부정 수급 사례가 발생해 비리사업으로 선정됐다. 문제는 동일한 지적이 지난해에 이미 제기됐다는 점이다. 평가단의 지적은 기재부가 내년도 예산을 마련할 때 참고할 뿐 강제력이 없다.
평가단 지적이 반복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활력정착지원사업은 지난해 평가에서 ‘2015년까지 단계적 폐지’ 판정을 받았다. 농어촌 자원복합 사업, 향토산업육성, 농어촌기업 컨설팅 등 세부 사업이 복잡하고 성과 측정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예산은 64억4400만원으로 지난해(21억7000만원)보다 오히려 3배 가까이 늘었다. 평가단은 올해 평가에서 ‘2016년까지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올해 추가된 사업에 대한 지원을 마무리하기 위해 폐지 연도를 1년 연장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대학병원특화정보관리 사업은 지난해 ‘즉시 폐지’ 평가를 받았다. 대학병원의 정보를 관리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국립대학의 공공보건을 지원하는 형태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를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법적 근거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도 4억5000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됐고, 올해 평가에서는 같은 문제점을 지적받아 ‘2016년까지 단계적 폐지’ 권고를 받았다.
중소기업청년인턴제(고용부)는 2012년 ‘예산감축’ 평가를 받았다가 올해도 불용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소건설사가 해외시장에 투자할 경우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해외건설시장개척사업도 2012년 수주 성공 시 환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건설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
◇해수부, 정상추진e 보조금 6.7%뿐=해수부는 올해 추진한 국고보조금 사업 중 사업방식이 ‘정상’이라고 평가받은 비율이 6.7%에 그쳤다. 평가단이 임의로 선정한 30개 보조금 사업 중 2개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던 셈이다. 어선원 및 어선보험(775억2300만원), 수산물가공산업육성 사업(256억7000만원) 등은 사업 방식을 변경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해수부는 지난해에도 12.5%로 가장 낮았다. 이어 정상 비율이 낮은 기관은 국가보훈처(31.3%) 환경부(32.0%) 국토교통부(50.0%) 순이었다. 정상추진 비율이 높은 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84.2%) 산림청(76.0%) 여성가족부(74.1%) 문화체육관광부(65.4%) 순이었다.
세종=이용상 윤성민 기자 sotong203@kmib.co.kr
[국고보조금 시스템 개혁] 사업평가단 강제력 없어… 지적해도 들은 척 만척
입력 2014-11-10 03:37 수정 2014-11-10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