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벌써 캐럴이 나오네.”
8일 남자친구와 서울시청 앞 커피숍에 들른 정혜진(28·여)씨는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크리스마스가 한 달 이상 남았는데 매장에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징글벨’부터 크리스마스 단골송 ‘All you need is Love’ 등이 잇따라 흘러나왔다. 정씨가 든 커피잔에는 눈꽃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잊고 있었는데 벌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아직 늦가을이지만 주요 상권의 가로수는 성탄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서울의 대형 백화점 앞은 11월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시작했다. 현란한 조명이 외관을 밝혔고 입구에는 크리스마스 꽃장식이 걸렸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 매장도 많다.
보통 11월 하순에 본격화되던 크리스마스 마케팅이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 세월호 참사 등 여러 악재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녹이고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풀어보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 특수가 실종되다시피 했다. 그 전 해도 그랬다. 불황에 다들 지갑을 닫아 기업과 상인도 공격적인 연말 장사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는 세월호 사태로 이렇다 할 특수가 없었던 터라 크리스마스라도 적극 활용해보자는 분위기다. 월드컵도, 인천아시안게임도 풀어주지 못한 우리 사회의 응어리를 ‘11월의 크리스마스’가 달래줄 수 있을까.
9일 찾은 서울 명동거리도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한 화장품 업체는 사랑을 나누자는 ‘Share Love’를 주제로 외관을 꾸몄다. 업체 관계자는 “명동에 트리가 세워질 무렵 크리스마스 준비와 이벤트에 들어가곤 했는데 올해는 따뜻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조금 앞당겼다”고 말했다.
동네의 작은 카페들도 앞 다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는 정원에 있는 나무마다 크리스마스 전구를 달았다. 카페 주인은 “크리스마스가 주는 따뜻함과 특별함이 있어서 그런지 손님마다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고 했다. 서울 신길동의 카페 주인은 “지난해에는 특별히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지 않았는데, 올해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며 “카페가 언덕에 있어서 트리가 설치되면 사람들이 쌀쌀한 날씨에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동네 잡화점들도 지난해보다 1주일 이상 일찍 크리스마스트리 등 성탄절 용품을 들여놨다.
한양대 경영학과 문준연 교수는 “경기 침체와 함께 사건사고가 유독 많아서 그만큼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다”며 “연말 수요를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사진=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11월의 크리스마스’ 지친 사회 달랠까
입력 2014-11-10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