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후손인 흑인 여성이 미국의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에릭 홀더 현 법무장관의 후임으로 흑인 여성인 로레타 린치(55)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사장을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직접 그를 소개하며 “린치 내정자는 30년간 검사로 재직하면서 공정하며 독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면서 “그녀를 법무장관으로 내정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상원의 인준을 받게 되면 흑인 여성이 법무장관으로 임명되는 첫 사례다. 흑인 법무장관으로는 홀더 장관 이후 두 번째고, 여성으로는 재닛 리노 전 장관(1993∼2001년 재임) 이후 두 번째다.
린치 내정자는 검사 시절 테러리스트와 마약밀매자 검거, 범죄조직 수사로 이름을 떨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지배하게 될 상원이 출범하기 전에 린치 내정자에 대한 인준 절차를 진행할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내년에 인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레타 린치는 누구=린치 검사장은 흑인 노예의 후손이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자란 그는 평생 흑인 여성에 대한 편견과 싸워왔다. 흑인이 드문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는 시험 점수가 예상보다 좋을 때 재시험을 지시받기도 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명석했던 린치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여성 흑인 법조인이 워낙 드문 시절이라 법정에서 기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의 고조부는 해방된 노예로 다른 노예들을 자주 도왔으며, 목사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교회에서 민권 집회를 자주 개최하는 등 부당한 인권에 대한 저항은 그녀의 집안 내력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그가 처음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는 1997년 아이티 이민자 출신 애브너 루이마의 성고문 사건이다. 뉴욕 경찰관 저스틴 볼페가 루이마를 경찰서로 연행, 빗자루 손잡이를 항문에 집어넣고 구타한 사건이다. 백인 경찰이 흑인을 성고문한 소식이 전해지자 흑인들의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맡은 린치 검사는 “인종에 따른 국민투표가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오히려 냉정한 재판을 주문했다. 린치 검사는 법정최고형을 구형했고, 볼페는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린치의 가장 위대한 성취였다”고 평가했다.
그의 남편은 방송국 수석엔지니어이며, 두 명의 자녀를 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美 차기법무장관에 첫 흑인 여성 내정
입력 2014-11-10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