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영업자 대출 늘 수밖에 없다면 관리에 힘써야

입력 2014-11-10 02:28
자영업자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말 134조원이었다. 2010년 94조원, 2011년 104조원, 2012년 114조원, 2013년 124조원 등으로 매년 10조원씩 증가한 것이다. 대기업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여타 대출에 비해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직장에서 나온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영업 진출이 이어지면서 과잉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그대로 반영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대출 자금은 대부분 빚을 돌려 막거나 생활비, 종업원 급여 및 임차료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영업자의 어려운 여건은 연체율 상승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말과 비교한 올해 10월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하나은행이 0.44%에서 0.82%로 급격히 높아졌으며, 신한과 국민은행은 각각 0.33%에서 0.5%, 0.44%에서 0.57%로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2012년 말 0.75%, 지난해 말 0.85%, 올 10월 0.87%로 높아졌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경영환경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매출은 2010년 990만원에서 지난해 877만원으로 급감했다.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도소매업 26.7%, 숙박음식점업은 17.7%에 불과하다. 고용, 소비, 투자 등 실물 부문이 크게 위축되는 등 내수 불황이 계속되고 대외여건도 팍팍해 자영업자의 빚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도 고려해봄 직하다. 그러나 이 역시 양날의 칼처럼 부작용을 배제할 수도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이런 와중에 은행들은 너도나도 자영업자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가계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영업자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여신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부실 대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연체율이 상승 추세를 보인다는 것은 은행 건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신호다. 이미 과도한 가계부채가 위협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자영업자대출마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금융 당국은 특히 연체율 상승 추세에 주목해야겠다. 은행들의 대출심사 과정을 엄밀히 감시하는 등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