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집 ‘사슴’ 초판 경매… 시작가 5500만원

입력 2014-11-10 02:25

백석(1912∼1996·사진)의 유일한 시집 ‘사슴’ 초판본이 경매에 나왔다. 놀랍게도 경매 시작가가 5500만원이다.

1936년 1월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초판 인쇄한 ‘사슴’은 100부밖에 되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희귀본으로 꼽힌다. 초판본 한 부의 가격은 당시 2원이었다. 시집 뒤편에 ‘저작(著作) 겸 발행자 백석’이라고 명기돼 있어 백석이 자비로 출판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고서적, 고미술품 등을 다루는 경매사이트 코베이에 따르면, 이번에 경매에 나온 ‘사슴’ 초판본은 백석이 이육사(1904∼1944) 시인의 동생인 문학평론가 이원조(1909∼1955)에게 직접 준 것이다. 시집 안에는 “이원조씨 백석”이라고 적혀 있다.

백석 전문가인 김재용 원광대 국문학과 교수는 백석과 이원조의 관계에 대해 “이원조는 백석과 조선일보에서 같이 근무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문학, 유럽 문학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짝이었다”며 “그 당시 유럽 문학이나 세계 문학을 평가하고 논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백석과 이원조는 폭넓게 의견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모두 일본에서 유학했으며 이원조는 호세이대에서 불문학을, 백석은 아오야마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부르주아 문학을 비판하는 평론을 썼던 이원조는 해방 후 월북했다.

백석은 구수한 평안도 사투리로 향토색 짙은 시경을 빚어냈다. ‘사슴’에는 ‘여우난골족(族)’ ‘노루’ 등 시 33편이 실려 있다. ‘사슴’은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집으로 꼽히기도 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