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경찰과 한국전력공사, 시공사의 먹이사슬이 드러났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뿌려진 돈 봉투는 청도경찰서장의 작품이었다. 돈은 시공사 비자금에서 나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한국전력 측을 수차례 압박해 송전탑 반대 주민에게 줄 돈을 받아낸 혐의(직권남용)로 이현희(58) 전 청도경찰서장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지난 8월 중순부터 이모(56) 전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을 만나 송전탑 반대시위 무마를 위해 3000만∼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9월 2∼7일 이씨에게 세 차례 1700만원을 받아 100만∼500만원씩 송전탑 반대 주민 7명에게 돌렸다. 지난 8월 12일에는 이씨에게 회식비 조로 1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이씨가 이 전 서장에게 준 돈은 시공사가 불법 조성한 비자금에서 나왔다. 경찰은 현장소장 오모(45)씨 등 시공사 관계자 3명이 2009년 1월∼지난 9월 실제 근무하지 않는 20명에게 월급을 준 것처럼 꾸며 약 13억9000만원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와 오씨 등 13명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청도 송전탑 돈봉투’ 드러난 비리사슬
입력 2014-11-10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