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게는 ‘약속의 8회’가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0-1로 뒤지던 8회초 이승엽의 행운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뒤 9회초 박한이의 투런홈런으로 3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역대 한국시리즈 1승1패 뒤 우승 확률 90.9%가 걸린 3차전을 가져오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한발 앞서 나갔다.
예전부터 삼성 팬들 사이에선 ‘약속의 8회’란 말이 유명하다. 지고 있더라도 8회를 기점으로 역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8회에 유독 강한 이승엽은 이날도 이름값을 했다. 다만 이번엔 행운이 작용했다.
0-1로 뒤지던 8회초 2사 1루에서 이승엽은 상대 투수 손승락의 3구째를 받아쳤다. 평범한 플라이였지만 중견수와 2루수 그리고 유격수 사이 애매한 위치로 높이 떴다. 넥센의 서건창, 이택근, 로티노가 타구를 잡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타구가 이택근의 글러브 옆에 떨어지며 안타가 됐다. 그 사이 1루에 있던 대주자 박해민은 빠른 발을 이용해 홈까지 파고들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삼성은 9회초 2사 후 반전 드라마를 썼다. 나바로가 바뀐 투수 한현희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 걸어나갔고, 곧바로 박한이가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한이는 풀카운트 상황에서 한현희의 6구째를 완벽하게 잡아당겨 가운데 담장을 넘겨버렸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통산 6번째 홈런이자 한국시리즈 통산 5번째 홈런이다. 이로써 박한이는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타점 기록을 ‘27’로 늘렸다. 아울러 자신이 보유했던 최다 안타(50), 최다 득점(34), 최다 루타(72) 기록도 모조리 갈아치웠다.
경기 MVP로 뽑힌 박한이는 “내 다음이 채태인이니까 나와 승부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훈련할 때도 감은 좋았고, 공이 왔을 때 가볍게 센터 방향으로 친다고 생각한 게 홈런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3차전을 앞두고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은 타격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날 경기는 치열한 투수전으로 펼쳐졌다. 삼성의 장원삼과 넥센의 오재영은 나란히 선발로 나와 역투를 펼쳤다. 장원삼은 6⅓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으나 팀 타선이 침묵하면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3개의 안타밖에 맞지 않았으나 5회 비니 로티노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것이 옥의 티였다.
현대 시절 이후 10년만에 한국시리즈에 등판한 오재영은 5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삼성은 장원삼 이후 등판한 안지만-임창용 불펜 듀오가 넥센 타자들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특히 임창용은 2004년 이후 10년만에 포스트시즌에서 세이브를 기록하는 한편 최고령(38세 5개월 3일)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반면 넥센은 오재영 이후 조상우-손승락-한현희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고도 역전패, 앞으로의 마운드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8일 오후 2시부터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넥센은 밴헤켄을, 삼성은 마틴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박한이 9회 역전 투런포… 히어로즈 울렸다
입력 2014-11-08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