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4년 전쟁] 지역별로 중구난방… 누더기 된 무상시리즈

입력 2014-11-08 20:25

무상급식 대상이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 없이 지역별로 제각각이어서 누더기 무상복지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과 단체장 및 시·도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변화가 심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학생들이 거주하는 시도에 따라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상보육인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아동 보육비 지원) 예산을 정부가 지방교육재정에 전가한 것을 놓고 시·도교육청과 학부모 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교육부가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에게 제출한 ‘2014 전국 시도별 무상급식 실시 현황’에 따르면 올해 무상급식 지원을 받는 학생비율은 전국 평균 69.1%이다. 제주(86.9%) 전남(84.5%) 전북(83.7%) 강원(82.1%)은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한 반면 울산(36.3%) 대구(45.5%) 경북(49.5%)은 50%에도 못 미쳤다. 대부분 시도는 전체 초·중학교와 저소득층 고교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 중이지만 대구 울산 경북은 저소득층과 농어촌지역만 지원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학교급식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의무 지출이 아닌 시도의 재량 지출사항이어서 시도별로 차이가 많다. 무상급식 대상은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게 돼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거부한 반면 최문순 강원지사는 무상급식 대상을 전체 고등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7일 강원도교육청과 고등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을 연차별로 확대 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15년도에 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 시행해 2017년도에는 전체 고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시행한다. 2015년도 소요 사업비는 총 1087억원이다. 그동안 쟁점이었던 재원 분담률은 인건비와 운영비를 교육청이 100% 부담하고 식품비는 도가 40%, 시군이 40%, 교육청이 20%를 부담하기로 했다. 읍·면 단위 소규모 고교와 특성화고교는 교육청이 100% 부담한다.

반면 부산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던 중학교 의무급식 시행시기를 1년간 유예하고,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금은 일부만 예산에 반영키로 했다.

김석준 부산교육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이 많이 드는 공약은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추진 시기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며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금은 976억원 가운데 391억원을 편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도 “현재로선 어린이집 (보육료를 포함한) 예산안을 제출하기 어렵다”며 국고 지원을 재차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시도교육감협의회 결의에 따라 내년 어린이집 예산 2∼3개월분을 우선 편성하기로 했다. 광주시교육청도 일단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내년 1∼2월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예산(120억원)에 투입하기로 했고, 전남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5개월분 430억원을 내년 예산에 편성키로 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확정되면 누락된 부분을 채울 예정이지만, 국고지원이 없으면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조달되는데 대상 연령이 갑자기 확대되면서 소요 예산이 2012년 1조5051억원에서 내년 3조9184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경기 침체로 내년도 지방교육재정은 올해보다 1조3000억원 줄었다. 시·도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편성하기로 결의했지만, 2∼3개월분에 불과하고 경기도 등 재원이 없는 일부 시도는 제외해 근본적인 해법은 없는 상태다.

김재중 기자, 부산 광주 춘천=윤봉학 장선욱 서승진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