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대신증권] 매일 ‘전쟁터’ 가기 前… 책장 펼치는 증권맨들

입력 2014-11-10 03:48 수정 2014-11-10 14:50
대신증권 직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본사 지하 1층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 회사에선 ‘업무 시작 전 30분 책 읽기’가 본부 단위로 확산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6시 일과를 마친 대신증권 직원 50여명이 서울 여의도 본사 11층 강당에 모였다. 매달 한 번씩 열리는 독서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주제는 'How(어떻게)·Why(왜)·What(무엇)'. 평범한 생선가게에서 세계적인 어시장으로 성장한 미국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를 다룬 'HOW? 물고기 날다' 등 책 3권이 토론 대상에 올랐다.

◇책 읽기는 ‘소통’이다=한 번에 50∼60명이 참석하는 독서토론회는 발표자의 요약 발제와 직원 패널들의 토론으로 구성된다. 직원들은 사전에 선정된 책을 읽고 약 2시간 동안 이뤄지는 토론을 통해 본인의 감상평과 다른 이들의 생각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책의 핵심 메시지가 뭔지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책 읽기가 직장 내 ‘소통의 장’을 만들어낸 셈이다.

‘책 읽기의 힘’은 외부명사 특강과도 연결된다. 대신증권은 지난 7월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의 김성근 감독(현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 감독)을 초빙해 리더십과 관련된 강연을 들었다. 김 감독은 특강에서 자신의 좌우명인 ‘일구이무’(一球二無·공 하나로 승부를 걸 뿐 다음은 없다는 뜻)를 강조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후 도서관에는 김성근 감독이 쓴 책들이 비치됐고, 직원들은 김 감독의 메시지를 다시 곱씹을 수 있었다. 외부명사 특강을 한 이후에는 어김없이 관련 도서들을 늘리고 있다. 최근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를 초빙해 ‘사물인터넷’(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 정보를 주고받는 지능형 서비스)에 관한 특강을 했을 때도 사물인터넷을 소개한 책들을 늘렸다. 혼자만의 책 읽기에서 벗어나 소규모 그룹 형태의 독서토론회와 전 직원 대상 외부특강으로 책 읽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책 읽기는 ‘습관’이다=대신증권이 ‘책 읽는 직장’으로 자리 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도서관이다. 2009년 ‘The Library’라는 이름으로 새로 개장한 도서관은 직원들의 독서 의욕을 높여주고 있다. 건물 지하 1층에 17평 규모로 자리 잡은 도서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구내식당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점심식사를 마친 후 직원들이 도서관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경영·경제·마케팅 분야의 직무관련 도서뿐 아니라 문학 등 인문학 도서와 여행서적 등 6000여권을 소장하고 있다. 각종 잡지와 오디오 CD 150여개도 비치해 직원들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월평균 500권가량이 꾸준히 도서대여 목록에 오른다. 소장 도서 중 약 2000권을 선정해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에 기증했다. 이는 군 장병들에게 전달됐다.

직원들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최대 15일간 5권씩 책을 빌릴 수 있다. 거리가 떨어진 지점에서 반응이 더 좋다고 한다. 김광혁 역량개발부장은 9일 “직무 관련 서적의 경우 소장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데 도서관을 이용해 경제·경영서를 빌릴 수 있어 이용하는 직원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대신증권 기획본부에서는 업무 시작 전 ‘30분 책 읽기’를 시행하고 있다. 다른 본부에서도 직원들끼리 짬을 내 책을 읽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 매일 ‘전쟁터’에 나가는 증권맨들에게 오전 독서는 일상에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금융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직무와 관련해 한쪽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한 이벤트도 빠지지 않는다. 올가을에는 최근 6개월간 직원들이 가장 많이 빌린 책들과 가을에 읽기 좋은 신간을 선정해 ‘가을 추천도서 30선’을 정했다. 그 결과 지난달에는 직원들의 책 대여량이 평소보다 많은 700권가량으로 늘었다.

대신증권은 직원들의 책 읽기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화장실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추천도서 가운데 좋은 문구를 골라 한 달에 2번씩 바꿔가며 화장실에 붙여둔다. 일상에서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속에 있는 메시지를 보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자는 취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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