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모든 것이 뒤집혔죠.”
동독에서 자란 20대 중반 싱글맘이던 페트라 호이어는 통일 전 담배와 직접 만든 옷가지를 밀매하는 일을 했다. 25년 전 장벽의 붕괴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그는 “안전한 직장을 찾을지, 직접 사업을 할지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회고했다. 장벽이 무너진 뒤 그는 과감히 건축자재를 판매하는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베를린 서부지역까지 확장했다. 사업은 성공을 거뒀고 건축자재 판매에서 옥상 녹화 사업까지 진출했다.
호이어는 독일 베를린시가 지난 5일(현지시간)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아 발표한 캠페인 ‘25년-25가지 이야기’에 선정된 주인공 중 한 명이다. 호이어가 세운 호바바우스토프한델은 동독 지역에서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 중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7월 호이어는 ‘올해의 베를린 여성’에 선정됐다.
장벽 붕괴를 새로운 사업과 발전의 기회로 활용한 사람은 호이어뿐만이 아니다. 뒤스만재단의 캐서린 본 뒤스만 회장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TV로 지켜봤다. 충격과 감동의 장면을 보는 순간 남편과 서로 눈이 마주쳤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곧바로 뮌헨에서 베를린으로 날아가 동독 어린이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 패키지를 만들었다. 뒤스만재단은 장벽이 무너진 뒤 본사를 뮌헨에서 베를린으로 옮겼다. 처음 이전 당시만 해도 황량한 거리였던 프리드리히스트라세 거리는 이제 해마다 30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베를린 소재 상하수도 관리업체 베를리너 바세르베트리베의 외르그 시몬 회장은 “우리 회사는 분리됐다가 다시 통일된 베를린의 운명과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냉전은 두 도시의 ‘물길’조차 막았다. 1950년 7월 식수공급 파이프라인이 막힌 데 이어 1955년에는 하수도까지 막혔다. 한 집이었던 이 회사도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다가 1992년 다시 통합됐다. 통합 이후 회사는 분리됐던 상하수도망을 통합하는 등 총 85억 유로(11조5173억원)를 투자해 마침내 350만 베를린 시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회사로 거듭났다. 캠페인에 참가한 기업인들은 “장벽 붕괴 이후 베를린은 전 세계 인재들이 모여드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대도시로 발전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독일 장벽 붕괴 25주년] “역동적 도시 베를린 내 인생도 바꿔놨다”
입력 2014-11-08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