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람들이 연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사망자 숫자를 전광판 바라보듯 하는 사이, 그 숫자를 하나라도 줄이려고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투 중에 그만 자신을 그 숫자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에볼라 3대 창궐국인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한 시골마을 에볼라진료센터의 인물들을 화보에 담았다. 이곳은 미 자선기관 국제의료구호대가 운영하는 곳으로 환자와 의사, 진료센터 직원 등 20명이 일하고 있다. NYT가 보도한 주인공들의 사연과 사명감 넘치는 말들이 인상적이어서 인터넷에서 많이 유포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7일 NYT에 따르면 스티븐 헤치(45)는 보스턴에서 의사로 활동하다 라이베리아 진료센터로 왔다. 13살짜리 쌍둥이를 둔 아빠다. 국경을 초월해 환자의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그를 이역만리까지 날아가게 했다. 그는 매일 전신을 감싼 보호 장구를 입고 환자들을 치료한다. 장구를 벗으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돼 있다. 그는 “요즘은 자다가 벌떡 깨면 내가 환자가 돼 있는 악몽을 자주 꾼다”며 “에볼라가 하루빨리 박멸돼 보호 장구를 벗고 병동을 돌아다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케냐에서 온 수간호사 파레스 모마니(30)는 “환자들한테는 ‘사랑’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또 “하나님을 믿는 이들이라면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라고 얘기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생학도인 앨버트 나이멜리(18)는 진료센터를 찾는 환자들에게 “병 걸린 게 당신 탓이 아니다. 누구나 병에 다 걸린다. 힘을 내라”고 안심시킨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료진은 환자가 오면 음식과 쿠키를 건네고, 자주 미소를 지어주며 위안을 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진료센터의 다른 직원들=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만 있는 게 아니다. 제임스 멕길 키아무에(23)는 소독원이다. 환자 병실과 시신에 소독처리를 하고 있다. 그가 병원에서 일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의협심 강한 이 청년은 “만약 엄마 아빠와 우리 식구 모두가 에볼라로 쓰러졌을 때 아무도 나서주지 않는다면 그래도 좋겠냐”고 모친을 설득해 결국 허락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에볼라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고 의사가 꿈이다.
병원에서 사망자가 생기면 매장하는 일을 맡고 있는 장 P 돌로(44)는 택시기사였다. 몇 달째 통행이 금지돼 영업이 될 리 없었다. 부인과 4명의 자녀가 있는 그는 “진료센터에 취직했지만 요즘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나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시신을 다루면 감염이 무섭지 않을까. “그래도 진료센터 일을 하다 감염되면 좀더 일찍 진료받는 혜택을 주지 않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카가 에볼라로 죽어 진료센터 세탁 일에 지원했다는 다니엘 코르하(36)는 “에볼라와 싸우기 위한 일환으로 이 일을 하게 됐다”며 “작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치료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데 기쁨을 얻는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이들의 기쁨=조지 베냔(34)은 에볼라에 감염된 친구를 병원으로 옮기다가 자신도 병에 걸려 입원했다. 그는 “죽을까 봐 아침에 깨면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식사할 때도 기도하고, 자기 전에도 같은 기도를 한다”면서 “얼마 뒤 의료진이 바이러스가 사라졌다고 통보해줬고 얼마나 기쁜지 그 자리에서 바로 점프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 감염된 아들(5)은 아버지가 나은 지 며칠 안 돼 숨졌다고 NYT는 덧붙였다.
주니어 사무엘(8)은 “병원에 왔을 때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키 큰 보스(의사)들이 시키는 대로 정말 약 잘 먹고 잘 따랐더니 나았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무엘의 부모는 에볼라로 숨진 뒤였다. 다행히 고모가 그를 돌보기로 했다.
인간은 이렇게 어려운 고비 때마다 사랑과 용기, 희망과 기도로써 진보해 나가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그곳엔 사랑·용기·희망·기도가 넘친다
입력 2014-11-08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