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악몽이었다. 홍명보호는 1무2패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홍명보호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부 경쟁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을 일찌감치 주전으로 정했다. 결국 ‘엔트으리(엔트리+의리)’라는 말이 나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직후 “한국 선수들에 대해 잘 모른다”며 이제부터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든 선수들이 백지 상태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걸 선언한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1기 명단을 작성하며 당시 소속팀이 없었던 박주영(29·알 샤밥)과 소속팀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던 김보경(25·카디프시티), 지동원(23·도르트문트) 등을 배제했다. 대신 국가대표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였던 베테랑 이동국(35·전북 현대)과 곽태휘(33·알 힐랄) 등 소속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불렀다.
슈틸리케호 1기에 이름을 올린 23명 중 김승대(포항 스틸러스)를 제외한 22명은 파라과이전과 코스타리카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전 대표팀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럽파 중심’ 구도를 깨며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했다. 선발에서 빠진 주전급 선수들은 긴장했고 기회를 잡은 비주전 선수들은 의욕을 보였다. 선수들을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으며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경기력은 향상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뛰는 선수들에게 대표팀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2기 명단에서 그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요르단(11월14일)-이란(11월18일)과 두 차례 중동 원정 평가전에 나설 국가대표 22명 명단에 브라질월드컵 3총사 박주영-구자철(25·마인츠)-정성룡(29·수원)을 넣었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국과 연고가 없는 슈틸리케 감독은 선입견 없이 선수들을 선발하고 공평한 기회를 주고 있다. 선수 선발에 대해 뒷말이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슈틸리케호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태현 기자
소속팀서 뛰는 선수에게만 축구대표팀 문 개방
입력 2014-11-10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