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선거용 ‘무상복지’ 결국 부메랑

입력 2014-11-08 03:05

무상복지가 4년간의 ‘전성시대’ 끝에 위기에 봉착했다. 2010년 이후 주요 선거마다 여야가 앞다퉈 쏟아냈던 무상복지 시리즈에 재정악화에 따른 ‘세금고지서’가 동시다발로 날아오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7일에도 무상복지 예산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여야 모두 서로의 복지정책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명확히 제시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복지 백년대계’를 짜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상복지의 재정 문제는 ‘예고된 부메랑’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오랜 토론을 거친 복지정책이라기보다는 선거용으로 급조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선거공약’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재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무상복지의 원조인 무상급식은 2010년 경기도에서 시작됐다.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대표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상급식에 대한 학부모의 호응이 높아지자 ‘초·중·고 전면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선거를 휩쓸었다. 이후 무상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2012년 총선에서는 무상복지에 소극적이던 새누리당마저 ‘복지정당’으로 돌아섰다. 여야 모두 국공립보육시설 확대, 0∼5세 교육비 지원을 공약하는 등 복지공약을 쏟아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무상복지가 절정을 이뤘다. 새누리당은 지금 논란이 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65세 이상 노인 기초연금 등 백화점식 무상복지 공약을 내놨다. 사회·경제적 ‘복지 이슈’에서 정당 간 차이점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선거를 뒤덮었던 무상복지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선거가 끝나자 말을 바꿨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1년차였던 지난해 재정문제를 들며 기초연금 공약을 손질했다. 올해는 대선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시·도교육청과 갈등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증세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토론에 나서야 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민병두 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재정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증세를 얘기해야 한다”며 “복지재원 전체를 파악하고 지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가운데 보편·선별 복지의 전략적 배분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도 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도 “국민들이 한국사회에 적합한 복지가 무엇인지 토론할 때가 됐다”며 “지금부터 여야가 자기 정체성에 맞는 복지정책을 제시해 차기 총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전날에 이어 무상복지 논란의 ‘전선(戰線)’을 박근혜 대통령에게로까지 확대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에 떠넘기는 것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포기이자 약속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 “무상급식은 우리 아이들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 국가책임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당정청 회의를 열고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에게 누리과정 소요 예산을 편성토록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 집중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