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미국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목표로 민주당과 싸웠다면 이젠 내부 분파 간 투쟁에 돌입했다. 싸움의 두 주체는 극우 강경 세력인 ‘티파티(Tea Party)’와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온건 보수파이다. 투쟁의 대상은 향후 당의 노선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대응전략이다.
티파티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집권 후 조직된 ‘작은 정부’와 ‘적은 세금’을 주장하는 공화당 내 과격분파. 이들은 지난해 10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의 완전폐지를 주장하며 잠정예산안 합의를 거부, 16일간 연방정부를 셧다운(업무 일시정지)시킨 바 있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필두로 하는 이들은 의회 권력을 토대로 오바마케어 등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국정 어젠다를 폐기하려한다. 헤리티지재단이 만든 ‘헤리티지 액션’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니드햄은 지난해 셧다운은 공화당에 타격을 준 것이 아니라 오바마케어에 대한 값진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새 의회가 개회하면 오바마케어 백지화는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권력 남용, 탈법 행위를 다루는 청문회까지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크루즈 의원이 선거기간 집중 지원한 댄 설리번(알래스카),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후보 등이 상원에 입성할 예정이어서 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상원 원내대표 예정자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의원,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 등 지도부를 포함한 온건파들은 실용주의적 노선을 취한다. 티파티의 주장을 따를 경우 거부권(비토)을 행사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해 국정마비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2016년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추락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매코널 의원이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나는 대통령도 동의하는 영역을 먼저 살펴보려 한다”며 이견이 작은 부분부터 타협할 뜻을 밝힌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책임 있는 국정운영자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화 지도부가 티파티 등 보수파들을 다독거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매코널 의원은 선거 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케어 전면 폐지 주장을 반박했다가 보수주의자들의 강한 반발을 받고 다음날 이를 부인하는 성명을 내야 했다.
특히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랜드 폴(켄터키) 등 거물급 상원의원들이 2016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은 더욱 문제를 복잡하게 한다. 티파티의 노선에 찬성하지 않는 잠룡이라도 예비경선(프라이머리) 등에서 자금력과 풀뿌리 조직을 갖춘 이들의 영향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 정가 소식통은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면서 “공화 지도부가 보수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갈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여소야대 시리즈 2회] 강경 ‘티파티’-온건 보수파 투쟁 돌입
입력 2014-11-08 03:44